“부잣집에 시집가서 누릴 것 다 누리고 살지 않았나요? 도대체 얼마를 더 원하나?”
이혼을 위해 소송을 낸 여성에게 판사가 했다는 말이다. 이는 20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2015년 법관평가 결과를 발표하며 제시한 문제 사례에 포함됐다. 2008년 이후 판사들을 대상으로 법관평가가 시행되고 있지만 ‘막말 판사’는 좀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씨. 재판이 피해자 마음대로 열고 닫고 해야 합니까?” 한 판사는 성범죄 사건 피해자의 실명을 법정에서 직접 거론했다.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피고인은 수차례에 걸쳐 또렷하게 피해자의 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또 다른 판사는 사건 당사자에게 조정을 강제하는 것은 물론 “조정에 이의를 제기하면 다음 기일에 바로 선고하겠다. 무슨 의미인지 알죠?”라고 협박에 가까운 언행을 했다. 이 판사가 말한 ‘무슨 의미’는 패소를 뜻한다.
한 변호사는 변론 도중 판사로부터 “그래서? 그래서 뭐”라는 반말을 들었다. 하지만 판사의 반말은 존댓말로 바뀌기도 했다. 한 판사는 재판 도중 한쪽 변호사와 지난 술자리 등 사석에서 있었던 내용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이 판사는 소송당사자와 변호인의 관계를 듣고 난 뒤 “아들이시라고요? 잘 참고하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범죄 혐의를 받고 법정에 선 피고인을 향한 막말은 더욱 빈번한 것으로 보인다. 한 판사는 피고인을 향해 “한심하다 한심해. 무슨 삼류드라마 같아서 실체적 진실을 찾을 가치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피해자의 피해 보전을 위해 5000만원을 공탁한 피고인에게 “5000만원 공탁하면 형을 깎아줄 줄 아느냐”며 훈계하는 판사도 있었다.
서울변회 평가에서는 ‘우수법관’도 함께 발표됐다. 최고점을 받은 판사는 서울가정법원의 허익수 판사였다. 허 판사를 포함한 우수법관 8명의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 중 97.29점이었다. 이들은 ‘배려’와 ‘경청’, 그리고 ‘성실한 재판’이란 기본적 가치에 충실했다.
서울변회 법제이사 이광수 변호사는 “변호사들이 우수 법관 사례라고 전한 일화 중에 재판에서 패소한 사례도 적지 않다”고 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막말 판사 “도대체 얼마 원하나”… 우수 법관은 배려·경청에 충실
입력 2016-01-20 2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