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아이를 때렸다. 더 이상 숨 쉬지 않는 아이 앞에서 치킨을 시켜먹고는 사체를 훼손해 냉장고에 넣었다. ‘부천 초등생 사망 및 사체 훼손사건’의 가해자인 부모는 일반적인 부모의 모습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이들은 아이를 무수히 때리면서 ‘일상화된 폭력’에 익숙해진 나머지 ‘괴물’로 전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망한 A군은 잘못을 타이르는 교사에게 ‘뭔 상관이냐’고 반응하는 등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다. 정상적인 부모라면 주의를 주고, 병원 등에 데려가 증상을 치료하려는 노력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 B씨(34)와 어머니 C씨(34)는 학교를 아예 그만두게 했다. 골치를 썩이면 매번 손찌검을 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B씨가 사회에서 격리돼 은둔형 외톨이로 살다보니 사회적 판단력이 현저히 떨어졌던 것으로 보인다”며 “아들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해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들을 죽여 놓고 태연히 치킨을 시켜먹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B씨의 사고회로가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다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자신이 저지른 짓에 대한 ‘죄의식’과 ‘배가 고프다’는 감정을 따로따로 느낀다는 것이다. 시신 훼손과 일상적인 식욕을 분리해서 생각한 셈이다. B씨가 사회와 단절된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행위가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일상화된 폭력 때문이라는 진단도 있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폭력 가정에서는 이런 생활이 일상일 수 있다”며 “시신 앞에서 태연히 식사할 수 있었던 것도 늘 있는 일이라는 사고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사이코패스 범죄’인지 따지는 건 중요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사건에 사이코패스 개념을 무리하게 적용하면 ‘특이한’ 개인의 잘못으로 사건이 종결될 수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아이를 성가신 존재로 치부하는 등 애착 형성이 안 된 상태에서 불량 부모가 저지른 범죄”라며 “애정이 결핍된 열악한 가족을 찾아내 정서를 치료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박세환 심희정 홍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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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익숙해져 ‘괴물’ 부모 전락”… 범죄심리학자들의 진단
입력 2016-01-20 2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