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한 푼 두 푼 모은 동전이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사랑의 꽃을 피웠다.
국내외 소외 계층을 돕는 ㈔다음누리(대표 이영성 권사)는 19일 탄자니아의 동해안에 위치한 옛 수도 다르에스살람의 일랄라구 타바타동에 있는 미션스쿨 ‘다음누리 아카데미’에서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가운데 도서관 개관식을 열었다. 한국에서 탄자니아로 후원물품을 담아 보낸 40t 규모의 컨테이너가 불안한 현지 정국 때문에 학교에 도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방문에는 오승균(야탑초) 최세율(성남제일초) 교장 등 경기지역 남녀 교장 17명과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김해성 목사가 동행했다.
◇학교가 있어서 행복한 아이들=이날 학교 앞마당에서 진행된 개관식에서 교장단과 이영성 대표는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항구에 도착한 컨테이너 물품을 찾기 위해 개관식을 출국 당일로까지 미뤄가며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결국 찾지 못했다.
이 회장은 “한국에서 보낸 영어책 1000권과 책걸상, 교복 조끼와 신발 등이 여기 도착했는데 오늘은 못 가져왔어요”라며 “조만간 꼭 받을 수 있을 거예요”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축구공이 도착했다”는 소식만으로도 “와∼”하고 환호하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환한 표정으로 “나는 행복해요”라고 노래했다.
다음누리는 이광진 선교사 부부가 세운 뒤 운영난을 겪던 이 학교를 2007년부터 후원하고 있다. 경기도 300여 초등학교의 학생들이 모아준 저금통으로 지금까지 2억원 가까이 지원했다. 작은 정성에 힘입어 처음엔 단층이던 학교가 현재 3층까지 증축됐다. 올해는 아이들의 후원금으로 1층에 작은 도서관을 만들었다. 컨테이너가 도착하는 대로 3층 교실에 책상과 걸상을 채워 넣고, 지원받은 컴퓨터로 컴퓨터실도 만들 예정이다.
현재 탄자니아 정부가 무상으로 교육하는 공립학교의 현실은 매우 열악하다. 변변한 교실도 없는 곳이 많고 학생 숫자에 비해 교사도 너무 적다. 다음누리 아카데미는 연간 25만원의 저렴한 학비를 받으면서도 양질의 교육을 제공한다.
이사야 에드워드 교장은 “한국의 지원이 없었다면 아이들은 거리에서 시간을 보내며 살았을 것”이라며 “한국 학생들의 도움으로 다른 사립학교에 비해 수업료를 적게 받는 데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무상으로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탄자니아 사회를 이끌어나갈 리더를 양성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매일 아침 수업 시작 전 40분 동안 전교생이 함께 찬송하고 기도한다”고 소개했다.
학교를 돌아본 안혁하 광주 태전초 교장은 “도서관을 개관했지만 사실 한국의 학급문고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아이들의 어려운 삶을 돕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염소 덕분에 꿈이 생겼어요”=앞서 11일 교장단 일행은 행정수도 도도마에서 70㎞ 떨어진 콩과 지역을 찾아갔다. 다음누리가 염소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는 곳이다. 이들은 지난해 기증한 염소 10마리가 낳은 새끼를 다른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추가로 10마리를 더 기증키로 했다. 할머니, 남동생과 살고 있는 9살 마이코는 염소를 받으면서 처음으로 ‘내 것’이라고 부를 만한 게 생겼다고 좋아했다. 마이코는 “염소를 키워서 생기는 돈으로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고 수줍게 속삭였다.
교장단은 학용품과 사탕·초콜릿 등 간식거리를 아이들에게 나눠줬다. 김다열 고양 풍산초 교장은 손을 벌리며 달려드는 아이들을 보면서 50여년 전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며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 교장은 “일산 능곡교회에 미군 원조물자가 도착하는 날엔 교인뿐 아니라 마을 사람들도 모두 모였다”며 “미국 사람들 옷은 너무 커서 손질해서 입어야만 했다”고 말했다.
학교 입학 전이라 영어를 전혀 몰랐지만 ‘기브 미 초콜릿 찹찹’이라고 외치며 손을 벌리면 미군들이 쥐어줬던 초콜릿 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지금 세대는 전혀 모르겠지만 그토록 가난했던 한국이 이렇게 발전해서 받은 대로 갚을 수 있게 된 건 정말 기적이고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해성 목사는 아이들이 내민 손 가운데서 손가락이 여섯 개인 두 아이를 알아보곤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김 목사는 아이들의 손을 카메라에 담은 뒤 “한국에 돌아가서 이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다르에스살람,콩과=글·사진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한국 초등생들의 ‘사랑의 동전’ 탄자니아에 ‘꿈의 도서관’ 세웠다
입력 2016-01-20 2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