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천정배 ‘통합 논의’ 비공개 회동

입력 2016-01-20 22:00 수정 2016-01-21 01:00
국민의당 안철수, 김한길 의원과 국민회의 천정배 의원(왼쪽부터)이 지난 19일 회동하고 통합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야권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각종 연대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저마다 입장이 달라 험난한 협상을 예고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연합뉴스
‘야권연대’의 계절이 돌아왔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19일 야권연대를 공식 제안하자 곧바로 20일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화답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김한길 의원과 국민회의 천정배 의원도 비공개 회동을 갖고 통합 논의를 진행 중이다.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역대 선거 사상 처음으로 전국적인 후보 단일화를 했던 야권이 이번 20대 총선에서 ‘시즌 2’를 준비하는 셈이다. 19대 총선보다 야권 환경이 복잡해 야권연대가 순항할지, 총선 승리의 필승 공식이 될지는 미지수다.

더민주와 정의당, 천정배 의원이 이끄는 국민회의는 여야 경합 지역, 특히 수도권에서는 야권연대를 통해 새누리당과의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야 승산이 있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정의당 심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의당은 총선 후보 조정을 넘어 국민을 위한 야권연대가 될 수 있도록 포괄적이고 조직적인 논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천 의원도 기자들을 만나 “가치와 비전 중심, 패권에 반대하는 반(反)패권, 총선과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하는 승리와 희망의 연대를 추구해야 한다”며 열린 태도다. 조만간 야권연대를 위한 구체적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선거 때만 되면 등장하는 정치공학’이라는 비판에도 ‘단일화하지 않으면 필패’라는 명분으로 야권연대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야권연대를 두고 벌써부터 3자가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문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총선에 방점을 둔 선거 연합을 강조했다. 그는 “우선 천 의원 측과의 통합, 그리고 정의당과는 현실적으로 통합은 어렵다는 판단 하에 선거 연합이 논의돼 왔다”고 했다.

반면 심 대표는 ‘연립정부’까지 언급했다. 그는 “총선 후보 단일화에 맞춰진 야권연대는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승리 공식도 되지 못할 것”이라며 “연립정부 구성을 전제로 한 정권교체 연합까지 포괄한 구상”을 강조했다.

천 의원은 “정의당도 야권이지만 진보정당”이라며 민주당에 뿌리를 둔 정당 간 연대를 주장했다. 특히 천 의원은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국민의당과도 통합 논의를 진행 중이다. 두 사람과 김한길 의원은 19일 오후 만나 통합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은 국민회의와는 통합에 나서면서도 더민주, 정의당과의 야권연대는 없다는 입장이다. 야권연대를 두고 ‘동상이몽’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구체적 협상 과정은 더 지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에서는 100% 여론조사를 통한 경선이나 무공천, 후보 용퇴 등을 통해 후보를 단일화했다. 하지만 한 달 가까이 진행된 협의 과정에는 수차례 파국 위기가 있었다. 특히 경선이 실시된 76곳의 지역구에서는 여론조사 조작 등이 논란이 됐고, 결국 통합진보당 일부 당원은 기소돼 유죄가 확정되기도 했다. 20대 총선에는 더민주와 정의당, 천정배 신당까지 개입돼 더욱더 복잡한 함수가 될 수밖에 없다.

야권연대가 필승 공식이 될지도 불투명하다. 19대 총선에서는 야권연대로 민주통합당이 127석, 통합진보당이 13석을 얻었다. 통합진보당은 18대에 비해 약진했지만 야권 전체로는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경쟁 구도에 따라 야권 세력 간의 통합 에너지도 20대 총선은 당시보다 훨씬 떨어진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야권연대의 범위가 너무 넓어졌고, 통합진보당과의 연대에 대한 부정적 학습효과 때문에 연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야권 내에서도 대결 구도가 만들어진 상태기 때문에, 막무가내로 단일화할 경우 야권 지지자의 투표 적극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