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 될라”… 뭔가 불안한 ‘무대’의 상향식 공천

입력 2016-01-20 22:03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오른쪽)가 20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심각한 얼굴로 원유철 원내대표 쪽을 쳐다보고 있다. 원 원내대표는 김 대표와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허공을 보고 있다. 이병주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요즘 ‘공천혁명’이란 표현을 자주 쓴다. 상향식 공천룰을 담은 당규 개정안이 지난 14일 확정된 후 줄곧 “100% 상향식 공천제 확립은 정치사에 남을 혁명”이라는 말을 해왔다. 첫째는 당의 단합, 둘째는 공천과정에서의 잡음을 최소화하려는 메시지다. 그런데도 당내 불안감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김 대표가 상향식 공천에 자신감을 드러낼수록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더 커지는 양상이다.

김 대표는 20일 총선기획단 첫 회의에서도 “새누리당은 그동안 우리 정치사를 오염시켰던 비민주적이고 부정한 역사를 차단하는 공천혁명의 룰을 만들었다”고 입을 뗐다. 이어 “100% 상향식 공천룰을 완전히 확립했는데도 불구하고 (언론들이) 이에 대한 평가는 별로 다루지 않고 야당의 인재영입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고 ‘언론 탓’을 했다. 김 대표는 “높이 평가될 수 없는 분들을 (야당이) 인재영입이라고 내세워 홍보하고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있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고도 했다.

회의에선 인재 ‘등용’ 방안이 논의됐다고 한다. 주요 당직자들은 인재영입이란 말을 쓰지 않는다. 주민이 후보자를 뽑는 상향식 공천과는 배치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영입의 사전적 의미는 ‘환영하여 받아들임’, 등용은 ‘인재를 뽑아서 씀’이다. 한 의원은 “그 말이 그 말 아니냐”고 했다. 김 대표는 “인재영입은 공천을 약속해서 데려오는 것이고 우리는 민주적인 시스템에 의해 ‘와봐라’ 권유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김 대표 측은 경선을 통해 지역별로 흥행바람을 일으킨다는 구상이다. 특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예비후보 중 새누리당이 60%에 이를 만큼 사람이 몰리고 있다는 점에 고무돼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상향식과는 거리가 먼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날 대구에 출마한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 6명은 한자리에 모여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 행동을 같이하자”고 결의했다. 이들은 ‘진박(진실한 친박근혜)’ 타이틀을 달고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이 있는 지역구로 내려간 사람들이다. 김 대표는 “공천과정에 특정 계파의 영향력이 전혀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일부 시·도당에선 당원 모집·관리의 허점이 드러났다. 당원 명부에 기재된 사람들이 해당 주소지에 실제 거주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름만 올려놓은 ‘유령 당원’ 사례 등이 적발됐다. 한 시당 관계자는 “직원이 4명뿐이어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확인 작업을 하고 있지만 전수 조사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당원 관리는 공정 경선과 직결된 문제여서 향후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다.

김 대표의 상향식 공천을 지지하는 의원들조차 공천 ‘뒷일’을 걱정하고 있다.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이 ‘반(反)김무성’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의원은 “김 대표가 총선 후 더 큰 일을 하려고 할 때 함께하겠다고 나서는 동지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