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은 어른들만의 일은 아닌 모양이다. 그림책의 주인공 꼬마가 그렇다. 어디 갔지? 장난감 소방차, 파란 공이 사라졌다. 난 왜 맨 날 잃어버리는 걸까. 엄마한테 물으면 또 꾸지람을 들을 텐데. 식탁에서 줄줄이 엮인 소시시를 먹던 꼬마는 무릎을 친다. 바로 이거야. 그러곤 집에서 갖고 놀던 온갖 장난감들을 소시지처럼 줄줄이 실로 묶는 아이다운 발상이 깜찍하다.
아이의 상상력은 또 뻗어간다. 빨간 크레파스가 안 보인다. 큰일 났다. 준비물을 못 챙겼다고 선생님께 혼날게 아닌가. 걱정하던 꼬마는 아침이 오지 않았으면 싶다. 어떻게 그걸 가능하게 할까. 그림책에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꼬마는 달을 묶으면 해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달을 묶으러 간다. 장난감 비행기에 풍선을 매달고 둥둥 달까지 가는 판타지가 즐겁다.
아침에 자신의 잠을 깨우러 온 엄마까지 함께 불러 그 달에 걸터앉아 있는 마지막 장면에서의 반전이 압권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을까 염려돼 엄마가 집을 꽁꽁 묶어 매달고 달나라로 올라왔으니 말이다.
현북스가 마련한 앤서니브라운 그림책 공모전 지난해 최우수작이다.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인 영국의 앤서니 브라운과 덴마크의 한나 바르톨린이 2011년 앤서니 브라운 원화전 워크숍을 계기로 한국 작가들의 재능을 발견하고 현북스와 함께 공모전을 시작한 것이다.
두 심사위원은 “아이가 자신의 물건들을 소시지처럼 모두 엮기로 결심하는 부분에서 보여주는 시각적 스토리텔링이 뛰어나다”면서 “대조, 끈의 연속성, 공간을 잘 사용하는 전체적인 디자인이 훌륭하다”고 평했다. ‘산 아줌마’(원나리), ‘잘 자렴’(배정하), ‘해 바람 구름 비’(임대환) 등 나머지 우수작 3편도 기량이 탁월하다. 한국의 젊은 작가들의 쑥쑥 크는 실력을 보는 듯해 흐뭇해지는 그림책들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그림책-어디 갔어] 달을 묶어 놓으면 아침이 안 올까?
입력 2016-01-21 1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