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더글라스(1898∼1980)는 미국 연방대법원 역사상 가장 진보적인 판사였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에 의해 대법관으로 임명돼 36년 7개월 동안 재직했다. “헌법은 국민의 몸에서 국가를 떼어 내기 위해 탄생한 것”이라는 신념을 가진 그의 업적은 위대했다. 하지만 네 차례 결혼하고 자녀에겐 냉혹했던 그는 불행한 인간이었다. 화려한 이름 뒤에 가려진 그의 삶을 미화 없이 들려준다.
더글라스 판사는 헌법 속의 권리장전을 현실의 규범으로 만들어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데 진력했다. 흑인, 극빈자, 부랑자, 농민, 노동자 등 소수약자도 각종 혜택을 동등하게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더글라스는 역대 대법관 누구보다도 많은 반대의견을 냈다. 세 차례 대통령 선거에서 대통령 또는 부통령 후보로 거론됐고 네 차례 탄핵 위기를 맞기도 했다.
서울대 법대학장, 한국헌법학회장, 국가인권위원장 등을 역임한 저자가 자신의 정신적 멘토였던 더글라스의 생애를 재조명했다.
“어느 나라에서나 90%의 법률가는 상위 10% 국민의 이익을 대변한다. 나머지 10%만이라도 더글라스처럼 90%의 지친 영혼에게 연민의 눈길을 주는 나라여야 살만한 가치가 있다.”
이 책은 ‘조영래 평전’ ‘황용주-그와 박정희의 시대’에 이은 저자의 세 번째 인물평전이다.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손에 잡히는 책-윌리엄 더글라스] ‘진보적 판사’ 더글라스 인생을 들여다본다
입력 2016-01-21 1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