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號에 묻다 <下>] 채용 한계… 청년수당 같은 ‘실업부조제’ 고려할 만

입력 2016-01-21 04:03

저성장 시대의 가장 큰 두려움 중 하나는 일자리다. 일시적 경기 침체와 달리 미래도 보이지 않는 장기 침체는 고용 위축, 즉 일자리 줄이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유일호 3기 경제팀에 닥친 짐이지만 대내외 여건상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과제다. 당장 한국 경제 상황에서 고용 위축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0일 업무보고에서 “취업애로계층이 109만명에 이르고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히며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또 한번 강조했다.

그런데 정부가 강조해온 노동개혁은 ‘경기 침체에 올해 정년 60세까지 시행되면서 기업의 부담이 커진다. 이를 해소하지 않으면 고용 절벽은 극심해질 것이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의 효율을 높여 채용 기회를 늘리자는 얘기다. 그러나 기업 채용 확대에 기대기엔 실업의 늪이 너무 깊다는 분석도 있다. 논란이 됐던 일부 지자체의 ‘청년 수당’처럼 고용 절벽에 내몰린 이들을 일단 구제하고 지원하는 대안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할 시기라는 반론이다.

◇노동시장 유연성 높여 채용 확대? 반론 팽팽해=고용부는 이번 업무보고에서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으로 전환하기 위해 임금·근로시간·고용관계 개편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노사정 대화에서 노동계와 대치했던 임금피크제 확산 방안과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기준 마련 등이 주요 추진 과제다. 지난해 중점 관리했던 대기업 외에 중소기업 770곳을 추가 중점 관리 기업으로 선정, 임금피크제 도입을 지원키로 했다. 정리해고 외에 업무 성과 등에 따른 근로계약 해지, 즉 일반해고의 기준을 제시하는 공정인사지침도 2월 내 마련할 계획이다.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금품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시행령 개정도 추진키로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20일 “기업의 인사관리상의 불명확성을 줄이고 노동시장의 공정·유연성을 높여야 청년 고용 기회가 그나마 늘어난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 4법 중 파견법 개정안도 파견 가능 업무의 제한을 줄여 기업 인력난을 해소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기업의 채용 확대를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한국노총은 이날 지난해 12월 산하조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사업장 중 신규채용을 했거나 계획이 있는 사업장은 38.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사업주 부담을 낮추기 위해 임금피크제를 시행했지만 임금만 삭감하고 신규고용 창출을 하지 않는 경우가 절반도 넘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기 실업의 늪 탈출’ 지원 고민도=게다가 현재의 고용 문제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기업의 비정규직 사용 추세도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정부도 이 같은 고민을 담아 처음으로 비정규직 규모 등과 관련한 목표를 만들어 관리하는 중장기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나 방향성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고용부 한창훈 기획조정실장은 “OECD 평균 등에 비해 한국의 비정규직 비율이 매우 높은데 한국 경제 상황 등에 비춰볼 때 어느 정도 규모가 적정 수준인지 등을 연구·논의 중”이라면서 “양적인 목표를 만든다는 생각이 있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아 상반기 중 더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한계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경우 대규모 고용 불안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특별고용지원 업종을 선정해 고용유지·전직지원 요건을 완화한다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기본적인 고용안전망이 약해 실업 위기에 취약한 상태다.

청년 실업 문제도 몇몇 대기업이 채용 일부를 늘려서 해소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서울시나 성남시가 제안했던 ‘청년 수당’과 같은 청년실업부조 제도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장기 실업에 빠진 청년을 구제하거나 지원하는 것을 일종의 실업급여와 같은 사회안전망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허선 순천향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년수당은 선진국에서 시행되는 일종의 실업부조와 같은 개념으로 볼 수 있다”면서 “현재 고용보험료를 낸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는 실업급여 제도는 청년 실업을 지원하지 못하는 만큼 이를 보완하는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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