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력 히스패닉 젊은층, 美 대선판 움직인다

입력 2016-01-20 21:59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고학력 젊은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USA투데이 등 미국 언론들은 이날 발표된 퓨리서치센터 보고서를 인용해 이번 대선에서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영향력이 가장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전체 히스패닉 유권자 2730만명 가운데 44%(1190만명)나 차지하는 ‘밀레니얼 세대’(1981년 이후 탄생한 만 18세 이상 유권자)가 미국 내 다른 인종 및 세대보다도 더 강력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강력해진 히스패닉 파워는 갈수록 두드러지는 인구의 성장세와 무관치 않다. 미국 인구통계국에 따르면 2035년쯤 히스패닉은 미국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히스패닉 유권자 수도 8년 전보다 40%나 급증했다. 반면 30년 전만 해도 미국 유권자의 82%를 차지했던 백인 유권자는 2014년 72%로 줄었다. 특히 불법 또는 합법으로 미국에 건너와 미국 국적을 취득한 히스패닉 가운데 11월 투표 연령인 만 18세가 되는 인구는 320만명이나 된다. 이번 대선에서 미국에서 나고 자라 고등 교육을 받은 투표 가능 인구가 역대 최고치에 이른다는 점도 고학력 히스패닉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부분이다.

다만 이들이 실제 투표를 할지 여부가 변수다. 유권자 명부에 올랐더라도 실제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유권자 등록을 해야 하는 미국 선거 제도의 특성상 고학력의 젊은 히스패닉이 투표장에서 표를 행사하지 않을 수도 있다. 2012년 대선 때 히스패닉 밀레니얼 세대의 투표율은 48%에 그쳐 같은 세대 전체 투표율(61.8%)보다 낮았다.

또 히스패닉 유권자의 52%가 그간 선거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캘리포니아, 텍사스, 뉴욕 등 3개주에 몰려 있다는 점도 변수라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진단했다. 일반적으로 히스패닉은 중립 또는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하지만 텍사스주는 1980년 대선부터 9회 연속 공화당 후보를 택해 히스패닉이 목소리를 높일 여지가 별로 없는 지역이다.

USA투데이는 “연구에서 간과한 것이 있다면 히스패닉 사회가 대선을 앞두고 이전보다 훨씬 더 활기를 띠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히스패닉 유권자들은 멕시코인 등 히스패닉 비하 발언을 수시로 퍼부은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타도하기 위한 유권자 100만명 등록 운동에 착수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