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사랑이 뭔지 알려주는 게 사명”…태국사랑의교회 홍정훈 협동목사, 빈민촌 선교 현장

입력 2016-01-20 20:35
16일 태국 사무트프라칸 쌈롱 지역 빈민촌을 방문한 고신대 동계 해외봉사단이 문화공연을 마친 뒤 주민들과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태국 방콕 중심부에서 차로 40여분을 달려 도착한 사무트프라칸 쌈롱 지역은 공장지대이자 태국의 대표적 빈민촌이다. 이가 빠진 벽돌이 간신히 슬레이트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집이 즐비했다. 쓰레기 언덕을 지나자 공터에서 놀고 있는 어린이들이 보였다. 녹슨 미끄럼틀과 작은 그네 한 쌍, 허름한 풋살장이 낯설었다. 이 공간은 홍정훈(42) 태국사랑의교회(김태완 목사) 협동목사의 사역현장이다.

“이곳 주민들 대부분은 한 달 소득이 30만원이 채 안 돼요. 하루하루 생존과 싸우고 있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눈빛에서부터 결핍이 느껴져요. 이 아이들에게 사랑이 뭔지 알려주는 게 최우선입니다.”

캠퍼스선교단체 학생신앙운동(SFC, Student for Christ) 방콕지부 책임간사인 홍 목사는 2011년 태국사랑의교회에서 사역을 시작했다. 캠퍼스 선교를 하다 만난 미국인 선교사의 소개로 태국 빈민촌의 현실을 알게 돼 1년 전부터 빈민촌 어린이들을 위한 선교활동을 시작했다.

주중에는 태국의 대학 캠퍼스들을 두루 다니며 전도활동을 하고 토요일에는 빈민촌에서 찬양과 율동, 설교, 레크리에이션, 언어교육 등의 사역을 한다. 홍 목사는 “혼자만의 노력이 아닌 SFC 운동원들의 헌신이 있기에 가능한 사역”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사역에 동참하고 있는 SFC 운동원은 7명. 모두 한국과 태국에 소재한 대학교 학생들이다. 지난해 3월 휴학하고 태국에 온 김예빈(22·여)씨는 방콕시내 서점에서 최저임금을 받으며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11개월째 홍 목사와 동역하고 있다. 김씨는 “국문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앞으로 언어교육을 활용해 아동 선교를 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요예배 현장에는 평소의 네 배인 80여명의 주민들이 모였다. 한국에서 온 고신대(총장 전광식) 동계해외봉사단이 문화공연을 펼친다는 소식을 듣고 동네 친구들과 어르신들까지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풋살장 시멘트 바닥을 무대로 사물놀이, 모던워십댄스, 무언극, 부채춤 등 1시간여 진행된 공연을 보며 아이들은 쉴 새 없이 박수를 보냈다. 난생 처음 보는 커다란 부채들이 분홍빛 파도가 되어 넘실거리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인간의 타락과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을 메시지로 담은 무언극이 공연될 때는 굳게 입을 다문 채 진지한 표정으로 동작 하나하나를 지켜봤다.

친구를 따라 처음 토요예배에 왔다는 안찰리 투손(6)군은 “정말 신나는 경험이었다”며 “무언극에서 가운을 입은 채 두 팔을 벌리던 사람(예수님)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공연을 마친 봉사단과 홍 목사 일행은 주민들에게 요한복음 3장 16절이 적힌 과자를 선물하고 안아주며 ‘프라짜우 송 락 쿤(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을 연신 외쳤다. 해외봉사단장을 맡고 있는 신경규 국제문화선교학과 교수는 “빈민촌이어서 아이들이 댕기열에 감염되거나 상처 난 곳이 곪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면서 “간호학, 교육학 등 선교현장이 필요로 하는 전공자들이 헌신한다면 더 큰 힘이 될것”이라고 조언했다. 사무트프라칸(태국)=글·사진 최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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