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보여주진 않았다.”
올림픽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신태용(사진) 감독이 조 1위로 8강에 오른 뒤 꺼낸 말이다. 그는 조별리그 전부터 더 높은 곳을 내다보고 있었다. 토너먼트로 진행되는 8강부터가 진짜 무대다.
대표팀은 카타르 도하 알 아라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C조 최종전 이라크와의 경기에서 1대 1 무승부를 거뒀다. 앞서 우즈베키스탄과 예멘을 차례로 격파하며 일찌감치 8강 진출을 확정했던 한국은 이라크와 같은 2승1무를 기록했지만 득실차에 앞서 조 1위가 됐다.
이날 한국은 ‘플랜 B’로 경기에 나섰다. 8강 토너먼트를 위한 체력 안배였다. 앞선 두 경기에서 선발로 뛴 선수들에게는 휴식을, 기존에 많이 출전하지 못했던 선수들에겐 기회를 줬다. 김현, 구현준, 박동진, 황기욱, 유인수, 이영재 등 6명이 처음으로 스타팅 라인업에 포함됐고 후반 30분 선수단 필드 플레이어 중 유일한 미(未) 출전자였던 강상우까지 그라운드를 밟았다. 전술 실험도 이어나갔다. 대표팀은 앞선 경기에서 썼던 4-4-2와 4-1-4-1 대신 4-2-3-1에 기반을 둔 전술을 들고 나왔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김현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자신의 장신을 살린 헤딩 선제골을 터뜨리며 ‘신태용호’의 또 다른 공격 옵션으로 떠올랐다. 그동안 결정력 부족에 시달리던 김현은 대표팀 옷을 입고 300일 만에 골을 기록하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약속된 세트피스 전술도 합격점을 받았다.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은 세트피스를 10개 정도 준비했다. 이 중 절반 정도만 선보였다.
대표팀 막내 황기욱의 활약도 돋보였다. 대표팀에서 유일한 대학생 선수인 황기욱은 이창민과 함께 ‘더블 볼란치’를 보며 강한 힘과 끈질긴 수비로 이라크 공격을 저지했다. 신 감독이 따로 꼽아 칭찬할 정도였다.
다만 경기 막판 드러난 수비의 허점은 여전한 과제다.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인 47분 페널티지역 오른쪽을 돌파한 모한나드 압둘라힘에게 크로스를 허용했다. 이어 수비진이 골대 정면으로 뛰어든 암제드 후세인을 막지 못하고 동점골을 내줘 다잡은 승리를 놓쳤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할 수 있는 3위 이상의 성적을 내기위해선 한 골을 넣는 것 이상으로 막는 것도 중요하다. 토너먼트에선 한번의 실패로 모든 게 끝날 수 있다. 8강에서 만나게 될 상대(아랍에미리트·요르단·호주 중 1팀), 4강에 진출할 경우 대결할 팀(카타르·북한 승자)은 압도적인 경기차로 이겼던 예멘과는 다르다. 특히 카타르는 이번 대회 득점 공동 1위(4골)인 아메드 알라와 압델카림 하산을 앞세운 화력이 무섭다.
신 감독은 “아쉽지만 약이 됐다”며 “경기가 끝난 뒤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반성하자고 했다. 8강 토너먼트 이후에선 이런 장면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팀의) 진정한 모습은 지금부터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신태용號 예선 이라크전 1대 1… 조 1위 8강 보여줄 것 많이 남았다
입력 2016-01-20 2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