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으려면 ‘기술 창업’하라… 식당·카페보다 5년 생존율 16.5%P 높아

입력 2016-01-21 04:00

반도체 설비제어 시스템 제조업체 트윔의 정한섭(35) 대표는 창업 8년차다. 정 대표는 경쟁사회에서 ‘나만의 기술’을 가져야 기업이 오래 살아남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트윔은 공장자동화에 필요한 반도체 설비제어 시스템, 디스플레이 반도체 검사기기 등을 만들고 있다. 트윔의 ‘초정밀 위치보정시스템’은 정밀한 공정을 가능하게 하는 독보적인 기술이다. 트윔은 직원 30명 중 절반이 기술개발 인력이다. 정 대표는 “기업의 미래는 기술개발에 달려 있다”며 매출의 대부분을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하고 있다.

디자인 천장재 제조·유통업체 젠픽스의 권영철(36) 대표는 “과밀화된 시장에서 독자적 기술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기존 시장에 없는 것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젠픽스는 금속으로 표면 처리한 천장재에 기업로고나 사진 등 이미지를 넣는 기술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다. 천장재 유통업체에 다니던 그는 디자인 천장재에 대한 아이디어 하나로 2008년 창업을 결심했다. 처음에는 플라스틱으로 천장재를 만들었으나 경쟁업체가 많아지자 기술개발에 주력했고, 그 결과 금속자재를 사용한 신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플라스틱과 달리 불에 타지 않는 금속 천장재는 시장 반응이 좋아 지난해 매출액 47억원을 달성했다.

트윔이나 젠픽스처럼 자체 기술을 바탕으로 한 기업은 음식점이나 카페, 슈퍼, 숙박업체 등 생계형 기업보다 오래 생존한다. 20일 중소기업청과 창업진흥원에 따르면 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제조업·지식서비스산업의 5년 후 생존율은 37.9%다. 전체 업종의 5년 생존율(29.0%)보다 8.9% 포인트나 높다. 정부 지원을 받을 경우 생존율은 50%에 달한다. 반면 도·소매업이나 숙박·음식업은 5년 뒤 남아있는 기업이 21.4%에 불과하다. 10곳 중 8곳이 망하는 셈이다.

대학생 창업은 늘고 있지만 10명 중 6명이 음식점, 카페 등 생계형 창업에 뛰어든다. 자금을 바탕으로 비교적 쉽게 창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청년일수록 창업에서 생존하려면 기술기반 업종에 도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식이나 경험, 네트워크가 부족한 청년 창업가의 5년 뒤 생존율은 고작 21.8%다. 중장년층 창업가의 생존율 32.3%에 비해 낮은 수치다.

정대용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는 수단은 기술개발”이라며 “정부는 기술개발 관련 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