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하형록 <15> ‘동트기 전에 일어나’… 근면함 강조했던 부친

입력 2016-01-21 17:45
하형록 회장이 집무실에서 이웃을 섬기는 경영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밤이 새기 전에 일어나서 자기 집안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며 여종들에게 일을 정하여 맡기며(She gets up while it is still dark;she provides food for her family and portions for her servant girls.”(잠 31:15)

13,14절의 “그는 양털과 삼을 구하여 부지런히 손으로 일하며 상인의 배와 같아서 먼 데서 양식을 가져오며”와 일맥상통하면서도 그 결과에 해당하는 말씀이 15절이다.

‘아직 통이 트지 않았을 때 일찍 일어난다’는 미국 비즈니스 문화와 잘 어울리는 말씀이다.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다. 아버지는 처음 미국에 와서 청소부 일을 했을 때 밤새 청소하고 소파에서 쪽잠을 잔 뒤 새벽에 퇴근을 하곤 했는데, 아버지는 그것이 매우 성경적이라면서 자주 이 이야기를 해 주었다.

지금도 미국 회사의 사장들은 가장 먼저 출근해서 회사의 문을 열고 커피를 탄다. 하지만 한국은 이와 정반대로 직원이 먼저 회사에 와서 문을 열고 커피를 타고 일할 준비를 해 놓으면 그제야 사장이 출근하는 경우가 아직도 적지 않은 것 같다.

흔히 내가 만든 회사가 벌어들인 돈은 당연히 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성경적이지 않다. 성경은 그 돈을 종들에게도, 즉 직원들에게도 주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 회사는 수익이 생기면 그 수익의 일부를 직원들에게 보너스로 지급한다. 물론 한국의 기업들도 보너스를 지급하지만 미국에는 그런 문화가 없다. 왜냐면 한국처럼 밤 10∼11시까지 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제로 일하고 일한 만큼 대가를 지불한다는 것이 기본 생각이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예상 외 수익이 생기면 그것을 직원들과 나누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긴다. 하나님께서 말씀을 통해 ‘인정을 베풀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사실 하나님의 기업가라면 15절에 나온 것처럼 ‘동이 트기 전’에 일어날 뿐 아니라 14절에서처럼 ‘멀리서 양식을 구하여 가져오는 상인의 배’와 같아야 한다. 그렇게 위험을 감수하고 가져온 일거리를 직원들에게 맡기고 일한 대가를 주어야 한다. 그렇게 인정을 베풀 때 직원들의 사기도 오르고 일의 능률도 높아진다.

현숙한 여인은 살아 있는 동안에 그 남편에게 선한 일을 가져온다. 선을 베푼다는 뜻이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는 고객에게 항상 최선의 대우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예수님이 사랑하라고 하면 사랑하고 온유하라고 하면 온유하고 참으라고 하면 참고, 고객을 예수님처럼 대하고 섬긴다. 그리고 평생 그 마음과 의리를 저버리지 않는다.

우리는 일단 고객이 된 상대에게는 그 사람이 돈을 많이 주든 아니든, 약속은 약속이기 때문에 그에게 좋은 것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에게 평생 영원히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보통 고객이 돈을 많이 지불하지 않으면 “대충 해 줘서 끝내”라고 말하는데 나는 그런 식의 일처리는 엄격히 금하고 있다. 계약이 1억짜리든, 10억짜리든 똑같은 태도로 최선을 다하도록 한다. 사실 10억짜리 고객에게 하는 서비스를 1억짜리 고객에게도 똑같이 제공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것을 잘 하는 기업은 성공하지 않을 수 없다.

정리=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