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일린 품고 승기 잡은 트럼프… 역전 위기 힐러리
입력 2016-01-20 21:57
미국 대통령 선거인단을 뽑는 지역별 경선이 다음 달 1일부터 본격화되는 가운데 주요 후보들의 지지율이 급등락하고 있다. 공화당의 선두 주자 도널드 트럼프는 19일(현지시간)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의 깜짝 지지 선언으로 초반 경합주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다.
반면 민주당의 선두 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유독 대선 풍향계로 불리는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게 갈수록 큰 격차로 밀리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외동딸 첼시의 호화 휴가마저 입방아에 올라 악재가 겹치고 있다.
◇트럼프, 페일린의 지지로 ‘천군만마’ 얻어=페일린 전 주지사는 이날 트럼프의 아이오와주립대 유세장에 나타나 “나는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페일린 전 주지사는 “미국의 국경과 일자리를 지키기 원한다면 트럼프를 지지하라”며 “공화당의 주류들이 보수를 논할 자격이 있느냐”고 일갈했다. 거의 모든 당내 주류 인사로부터 배척을 받고 있는 트럼프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마냥 기뻐했다. 공화당의 한 선거 전략가는 “세 번이나 이혼을 하고 교회도 나가지 않는 트럼프를 지지할지 말지 망설이는 보수층 유권자들에게, 페일린의 공개 지지는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페일린 전 주지사는 2008년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로 지명됐으며 이후 한때 대권 도전을 고민한 적이 있다. 당내 티파티 그룹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보수층 유권자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정치인이다. 그녀가 2009년 펴낸 회고록은 200만부 팔려나갔다. 각종 토크쇼와 정치평론 프로그램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그녀의 존재는 공화당 내에서 독특하다. 그런 만큼 페일린 전 주지사의 지지를 얻으려는 후보들의 구애는 간절했다. 지난해 말 자신이 지지할 후보를 트럼프와 크루즈 두 명으로 좁혔다고 털어놓은 그녀의 최종 선택은 트럼프였다.
반면 아이오와에서 트럼프의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으로서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페일린 전 주지사가 아이오와서 수년간 활동하며 닦아놓은 그녀의 지지기반이 트럼프에게 넘어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2012년 상원의원 선거에서 페일린의 지지로 승리한 경험이 있는 크루즈는 “그녀가 어떤 선택을 하든 나는 페일린의 팬”이라며 막판까지 구애를 호소했지만 끝내 그녀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클린턴, 초반 고전 예상 속 첼시의 호화휴가 구설까지 겹쳐=민주당의 클린턴 후보는 여전히 전국적인 지지율에서는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19일 발표된 몬머스대 여론조사에서 클린턴 후보는 52%의 지지율로 샌더스 후보의 37%를 크게 따돌렸다. 그러나 이날 CNN이 뉴햄프셔 유권자만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샌더스 후보가 60%의 지지율을 얻어 클린턴 후보에 무려 27% 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지난 11일 ARG 조사에서 샌더스 후보가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각각 47%의 지지율로 클린턴 후보(44%)를 3% 포인트 차로 누르긴 했지만 샌더스 후보가 클린턴 후보를 더블스코어 가까이 앞선다는 조사가 나오기는 처음이다.
이런 가운데 클린턴 후보의 외동딸 첼시는 선거 유세 도중 호화판 겨울휴가를 보낸 사실이 입방아에 올랐다. 영국매체 데일리메일은 첼시가 지난주 카리브해의 최고급 휴양지에서 하루 숙박료가 성수기 최고 3만4000달러(약 4100만원)에 달하는 빌라에 묵었다고 보도했다. 곧장 해변에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자리한 이 최고급 빌라는 개인 수영장과 필라테스 스튜디오, 개인 바, 전용 주방장과 도우미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첼시가 얼마를 지불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서민들의 대변자’를 자처하는 어머니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캠프 관계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