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결국 벌어진 보육대란 수습책임 중앙정부에 있다

입력 2016-01-20 17:48
유치원을 시작으로 보육대란의 폭탄이 결국 터졌다. 이미 2년 전부터 요란하게 경고음이 울렸지만 합의점을 도출해내지 못한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 시·도 교육청, 시·도 의회의 무책임과 무능이 빚어낸 참사라 아니할 수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 학부모, 교사 등에게 돌아가게 됐다. 위정자들이 그토록 위한다는 바로 그 국민들이다. 모두의 대오각성과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당장 발등의 불이 떨어진 곳은 서울, 경기, 광주, 전남 지역의 유치원들이다.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이 한 푼도 편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태까지 시·도 교육청과 정부 간 다툼은 어린이집 보육비였다. 그런데 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서울, 광주, 경기, 전남 의회가 유치원 원아에게만 보육비를 지원하는 건 불공평하다는 논리를 앞세워 올해 유치원 예산을 ‘0’으로 만들어버렸다. 어린이집에 이어 유치원까지 정치싸움에 볼모로 잡힌 것이다.

어린이집은 결제 방식이 달라 다음 달까지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하지만 유치원은 다르다. 시·도 교육청에서 누리과정 지원금을 직접 받는다. 그 날짜는 매월 20∼25일 사이다. 이 돈으로 유치원들은 교사 월급 등 운영비의 70∼80%를 충당해 왔다. 20일 지원금이 내려오지 않음에 따라 인건비 지급이 중단될 위기에 처한 유치원은 경기 1117곳, 서울 691곳, 광주 189곳, 전남 117곳이다.

직격탄을 맞은 유치원들은 비상이 걸렸다. 서울 등 일부 지역 유치원들은 학부모들에게 지원금이 나오지 않을 것 같으니 보육비를 낼 준비를 하라는 공문을 보냈고, 운영비 충당을 위한 은행 차입도 생각하고 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20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앞에서 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집회도 열었다. 불똥이 튄 학부모들은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유치원에는 아이를 맡겨도 되는지, 보육비를 내야 되는지, 해결책은 없는지 등을 물어보는 문의전화와 함께 교육 당국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보육대란이 터진 지역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는 25만4000여명에 달한다. 나라의 미래라는 우리 아이들이 정상적인 교육서비스를 받지 못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됐는데도 정부와 정치권, 시·도 교육청, 시·도 의회는 여전히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아이들을 볼모로 하는 ‘치킨게임’을 당장 멈춰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와 당선인 시절부터 무상보육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강조했듯이 중앙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로 파국을 막을 해법을 하루빨리 내놓아야 할 것이다. 시·도 의회도 이념적 판단에서 벗어나 재의 요청을 받아들여 당초 지역 교육청이 제출한 유치원 예산을 다시 전액 편성하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은 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