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여의도종합상가 5층의 중화요리전문점 ‘신동양반점’. 여의도 직장인에게 맛집으로 잘 알려진 이곳 음식점에서 주일예배가 조용히 시작됐다. 10여명의 참석자들은 둥그런 탁자에 둘러앉아 빔 프로젝터 화면 자막을 보며 찬양했다. 이날 박성진(55) 여의도희망교회 목사는 ‘마음이 혀를 다스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축복·축도 시간이 이어졌고 1시간 만에 예배가 끝났다.
이들은 예배 후 각자 준비한 밥과 반찬 그리고 이 음식점의 짜장면 짬뽕 등을 먹으며 교제의 시간을 가졌다. 한 주일간의 정담을 나누며 서로 위로하고 기도했다. 따뜻한 미소가 서로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매주 중화요리전문점에서 예배를 드리는 이 특별한 풍경이 시작된 건 두어 달 전이다.
박 목사는 지난해 4월 여의도희망교회를 개척, 여의도역 인근의 카페에서 예배를 드렸다. 하지만 사정이 생겨 카페에서 계속 예배를 드릴 수 없게 되자 11월부터 신동양반점으로 예배 장소를 바꿨다.
사실 박 목사는 예배 장소 임대료가 부담이었다. 한데 개척교회 박 목사에게 도움의 손길을 보낸 이가 그의 ‘20년 지기’이자 신동양반점 안주인인 대만인 장국소(69·여)씨였다. 1968년 한국에 온 장씨는 중국 산둥성 출신의 남편 설영복(74)씨와 함께 서울 을지로와 여의도 등지에서 40년 넘게 중국 음식점을 운영해왔다.
박 목사는 “카페에서 예배드릴 때부터 장씨가 장소를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부담을 주기 싫었다”며 “그런데 ‘하늘의 복을 받고 싶은데 자신의 뜻을 거절하지 말라’는 장씨의 말을 듣고 아차 싶었다. 장씨 부부가 무료로 장소를 대여해준 덕분에 지금 이곳에서 부담 없이 예배를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93년부터 시작됐다. 박 목사가 여의도 현대증권에 재직하며 신우회 모임을 주도할 때도 장씨가 신동양반점을 예배 장소로 제공했다. 그러다 박 목사는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목회자의 길을 걷기 위해 2005년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뉴올리언즈침례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석사학위, 골든게이트침례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 목사는 몇 해 전 여의도로 돌아와 장씨 부부를 만났다.
부부는 요즘 서울 영등포 화교교회에서 대예배를 마치고 이곳으로 돌아와 여의도희망교회 성도들과 교제 시간을 갖는다. 중국 음식도 무료로 제공한다. 매주 토요일엔 같은 장소에서 중국어 CCM을 배우고 기도하는 시간도 갖는다. 앞으로는 이 시간에 중국어도 가르치고 일반인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도 있도록 할 계획이다.
박 목사는 “하나님은 믿음 안에서 오랫동안 교제한 친구를 통해 예배 장소를 예비하셨다”며 “‘목장모임’을 통해 기도로 가정을 세우고 성도들을 그리스도의 참된 제자로 양육하는 사역에 매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
짜장면·짬뽕처럼 설교도 맛있게 목사님은 ‘말씀 요리사’… 설영복·장국소씨 부부
입력 2016-01-20 2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