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테러 단체의 습격에서 기독교인들을 지키려다 총탄에 맞은 무슬림 시민이 사건 약 한 달 만에 끝내 숨졌다.
영국 BBC방송은 케냐 북부 만데라에서 초등학교 교감으로 일하던 살라 파라(34·사진)가 18일(현지시간) 수도 나이로비 병원에서 총상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고 전했다. 파라는 지난달 21일 나이로비에서 동료 교사들과 시외버스를 타고 만데라로 돌아가던 중 이슬람 무장단체 알샤바브의 습격을 받았다. 이들은 승객 60여명을 전원 내리게 한 뒤 무슬림만 버스에 다시 타도록 했다.
기독교도를 가려내 살해하려는 의도임을 알아챈 파라는 다른 무슬림 승객 몇몇과 함께 “기독교인을 죽이려면 우리 모두 죽여라”고 외쳤다. 당황한 상대는 도주를 시도한 승객 2명을 사살하고선 떠났다. 파라의 행동이 더 큰 인명 피해를 막은 셈이다.
앞서 괴한들이 버스를 장악하는 과정에서 총을 맞은 파라는 다음날 나이로비 케냐타 국립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다 상태가 악화돼 수술을 받던 중 이날 숨을 거뒀다.
다섯 자녀의 아버지인 파라는 생전인 지난 8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어울려 평화롭게 살아야 한다”며 “우리는 형제들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종교뿐”이라고 말했다. 그의 시신은 19일 케냐 경찰이 제공한 특별기편으로 고향인 북부 만데라로 운구됐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우리도 죽여라” 테러에 맞서 기독교인 지킨 무슬림 끝내 사망
입력 2016-01-20 2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