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사기’에는 고구려, 백제, 신라 세 나라의 역사만 기록돼 있으나 ‘삼국유사’에는 고조선부터 부여, 삼한, 가야, 발해 등 우리 고대사가 다 포함돼 있어요. 하지만 ‘삼국사기’가 정사(正史)인 반면 ‘삼국유사’는 야사(野史)라는 선입관 및 편견 때문에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삼국유사’의 대중화를 위해 재미있는 얘기들을 쉽게 풀어 썼습니다.”
최광식(63·사진)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일반 대중을 겨냥해 ‘읽기 쉬운 삼국유사’(고려대학교 출판문화원)를 발간했다. 최 전 장관은 19일 저녁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장관 재임 당시 ‘우리만의 원천 콘텐츠가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삼국유사’야말로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등 문화콘텐츠의 보고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집필 배경을 설명했다.
최 전 장관은 대학원에서 ‘삼국유사’를 주제로 논문을 썼을 만큼 40년 가까이 이 분야 연구에 매진한 전문가다. 공직을 마치고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로 돌아간 그는 삼국유사에 관한 학자들의 기존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2000페이지 분량의 ‘삼국유사’(전 3권)를 냈다. 이번에는 철저히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짧고 쉽게 정리했다. 고유명사를 제외한 용어는 우리말로 풀었다.
최 전 장관은 “삼국사기가 권력층의 정치사를 나열해 다소 건조하다면 삼국유사는 영웅이나 지배층의 이야기 외에도 서민층의 생활사와 민족의 정서가 잘 드러나는 흥미로운 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삼국유사를 ‘고대사의 아카이브’라고 표현했다. 영화, 드라마, 소설, 게임, 애니메이션 같은 콘텐츠를 만들기 좋은 훌륭한 소재가 삼국유사에 많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 고구려역사왜곡대책위원장’을 역임한 그는 “중국은 고조선, 부여, 고구려를 다 자기 역사라고 하는데 우리의 원 사료에 이렇게 나와 있다는 것을 알아야 맞대응할 수 있다”며 “그리스 영웅 이야기, 플루타크 영웅전은 읽으면서 우리 역사는 잘 모른다”고 했다.
이어 “삼국유사와 관련된 현장을 다니며 강의도 하고 나중에 책으로 엮어도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최광식 前 문체부 장관 “삼국유사는 문화콘텐츠의 寶庫”
입력 2016-01-20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