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가 연초부터 폭락하고, 위안화가 가파르게 절하되면서 중국경제의 앞날에 대한 의구심이 짙게 일고 있다. 중국 정부는 13차 5개년(2016∼2020) 규획을 야심 차게 추진할 첫해에 증시 안정을 위한 서킷브레이커 제도를 도입 1주일 만에 중단하는 뼈아픈 실책을 했다.
흔히 주가를 경제의 체온계에 비유하는데, 중국이 과연 중병에 걸린 것인가? 국제 투자은행을 비롯한 비관론자들은 대규모 투자와 값싼 노동력에 의존해 온 중국경제를 덩치(GDP·국내총생산)만 웃자란 약골로 평가하고 있다. 이제 투자의 한계생산성과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자 경제가 흔들리고, 금융 부실과 자본 유출이 심화되면서 경착륙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경제는 지난해 제조업이 부진하고 수출마저 위축됨에 따라 6.9% 성장에 머물렀다. 중화학 분야 중복 투자로 기업의 레버리지 비율이 163%까지 높아지고, 은행의 부실가능 대출 비율도 5%를 넘어섰다. 또 경상수지 흑자와 외환보유액 감소를 따져보면 지난 1년 반 동안 1조 달러 이상의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그러나 중국 국내를 중심으로 낙관적인 주장도 만만치 않다. 중국경제가 둔화되고는 있으나 서서히 근육질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수요 구조를 보면 지난 1년 동안 소비의 성장기여도가 52%에서 58%로 크게 높아졌다. 또 공업생산 둔화와 달리 첨단기술산업은 10% 이상 성장해 산업 고도화가 진행되고, 서비스업 비중이 50%를 넘어서는 의미 있는 변화도 나타났다.
전 세계가 10년 가까이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일본을 제치고 G2로 등극한 지 5년 만에 중국의 GDP(11조2000억 달러)는 일본의 2.7배로 급성장해 이제 미국의 7부 능선을 바라보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국가 최정상에 있던 상무위원의 비리까지 서슴없이 척결하면서 신중국 창조를 위해 전진하고 있다. 또 정부 기구 축소와 행정 간소화로 신규 창업이 매일 1만2000개씩 늘고, 1066만명(1∼9월 중)이 새 일자리를 얻는 성과도 거뒀다. 우리나라의 지지부진한 규제개혁과 청년실업으로 고통받는 젊은이들을 생각하면 그저 경이롭고 부러울 뿐이다.
올해 중국경제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와 신흥 전략산업 육성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투자와 대외 수요 부진으로 6.4∼6.8% 성장에 그치겠으나 예상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중국 주가는 단기적인 변동성이 여전한 가운데 점차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며, 위안화는 연중 5∼7% 절하되고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의 구성통화가 되는 10월부터는 절하 압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리가 마주한 거대 중국은 ‘중국제조 2025’와 ‘인터넷플러스’ 정책 시행으로 제조업과 정보기술(IT)이 결합하는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생산성 향상에도 힘을 쏟고 있다. 또 육해상 실크로드를 따라 인프라 투자에 박차를 가하는 일대일로 전략을 추진하고, 금융의 중심축을 아시아로 끌어오기 위해 지난주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도 출범시켰다. 그런가 하면 상하이에서 말라카 해협을 통과하던 교역로를 쿤밍에서 미얀마를 관통해 인도양으로 직행케 하고, 위구르에서 파키스탄 과다르 직항로를 뚫어 중동에 이름으로써 원유 수송로를 1만3000㎞나 단축시키는 세계경영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우리는 중국경제의 단기적 변동에 휘둘리기보다 중국의 국가 전략을 주시하고 기회를 찾아야 한다. 기업은 3년마다 두 배로 성장하는 중국 소비재 수입 시장을 주목하고, 한·중 간 기술격차 축소에 기민하게 대응함으로써 세계경제의 파고를 헤쳐 나가야 하겠다.
임호열 대외경제정책硏 동북아경제실장
[시사풍향계-임호열] 중국경제 비관적으로만 볼 것 아니다
입력 2016-01-20 1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