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를 시작하며
‘하나님의 나라는 먹는 일과 마시는 일이 아니라 성령 안에서 누리는 의와 평화와 기쁨입니다’(롬 14:17)
의와 평화는 하나님 생명을 지키는 데서 온다. 교회는 말씀으로 형성된 생명공동체다. 사랑이 있으면 죽음이 없다. 사랑을 실천하여 생명을 살리는 ‘한국의 생명교회’를 시작하는 이유다.
18일 전북 전주에서 17번 국도를 따라 남원 방향으로 20여분 달리자 왼편으로 새로 지은 한옥이 눈에 들어왔다. 속도를 줄여 병암삼거리에서 빠져나온 뒤 좌회전하자 한옥 3채가 100여m 앞에 줄지어 서 있었다. 나무 기둥에 황토로 벽을 세우고 기와를 얹은, 영락없는 전통 한옥이었다. 하지만 왼편으로는 종탑이 서 있었고 그 위엔 십자가가 세워져 있었다. 관촌성결교회(이상순 목사)였다.
이상순 목사는 “한옥이 어느 정도 모습을 드러낼 때부터 국도를 지나던 이들이 종종 들렀다”며 “십자가를 세우기 전까지는 절이냐고 묻는 이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십자가를 세웠더니 이제는 나이 지긋한 기독교인들이 들러 문을 벌컥벌컥 여는 통에 어려움이 좀 있다”며 웃었다.
전북 임실군 관촌면 초입에 세워진 교회는 예배당과 교육관, 사택 등 3개 동으로 이뤄져 있다. 예배당은 193㎡(60여평), 교육관과 사택은 각각 99㎡(30여평)로 모두 8각형 구조다. 예배당은 단층, 교육관은 2층으로 1층은 식당으로 사용했다. 사택은 방 3개에 다락방 1개인데 다락방을 서재로 꾸몄다.
겉모습뿐만 아니라 건축방식도 전통을 고수했다. 기둥과 서까래 등 나무를 사용하는 구조물은 홈을 파서 짜 맞췄다. 소재로는 나무와 흙, 돌만 사용했다. 교회 인근의 돌을 주워 주춧돌로 사용했고 가옥의 뼈대가 되는 큰 나무는 수입산을 썼지만 내부 벽면의 하단은 국산 편백나무로 둘렀다. 벽은 대나무 뼈대에 황토를 발라 만들었다. 이 목사는 “황토가 건강에도 좋지만 방음, 방습, 단열에도 큰 효과가 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최근 찾아보기 힘든 한옥교회를 세우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 설계를 해줄 사무소가 없어 직접 스케치한 것을 토대로 설계를 부탁해야 했고 건축 기간도 일반 건축보다 2배 정도 길었다. 건축비도 보통 건축물의 1.5배 정도로 예상됐고 토지 매입과 3개 동 건축을 한꺼번에 진행했기 때문에 비용부담이 컸다.
그래서 성도들은 거의 매일 공사현장에 나와 기도했다. 성도 20여명은 주말마다 공사를 도왔다. 마침 교회 내에 한옥 전문 기술자가 있어 인건비도 줄였다. 이 목사는 “하나님의 은혜로 건축비가 일반 건축보다 오히려 더 적게 들었다”며 “모두 교회 성도들, 특히 청년들의 헌신 덕분”이라고 고마워했다.
위기도 몇 차례 있었다.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부도가 날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한옥으로 지었으니 갈빗집이나 고깃집으로 쓰도록 팔자면서 인수할만한 사람을 소개하겠다는 사람까지 나왔다.
이 목사는 “이런 이야기를 들을수록 더 오기가 생겼다”며 “하나님이 시작하셨으니 하나님께서 마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한옥교회는 지역 분위기를 확 바꿨다. 동네 사람들은 관촌면의 얼굴이 생겼다고 기뻐했다. 지난해 10월 입당예배 때는 지역 국회의원과 군수도 참석했다. 차로 10분 이내 거리에 있는 임실치즈단지와 연계해 관광지로 개발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중년 성도들에겐 한옥에 대해 향수가 있는 만큼 전국 각 교회의 남전도회, 여전도회의 모임 장소로 안성맞춤이라는 칭찬도 듣는다.
하지만 교회는 딱 한곳이 미완성 상태다. 종탑은 세워져 있지만 종이 없다. 이 목사는 “새로 만들지 않고 다른 좋은 교회에서 사용하던 종을 사용하고 싶어 수소문 중”이라며 “혹시 아는 곳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 이상순 목사가 말하는 관촌성결교회
성도 60여명 중 절반 이상이 청년
창조하신 자연 그대로 물려줄 책임
다음세대 위해 친환경 교회 세워
서울에서 전북 임실로 출발하기 전에 이상순 관촌성결교회 목사에게 월요일인 18일 오후에 성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부탁했다. 이날 오후 1시쯤 5명이 모였는데 모두 20대 청년들이었다.
이 목사는 “이들이 우리 교회의 주축이자 다음세대의 주역”이라며 “한 명만 빼고 모두 신학생”이라고 소개했다. 2016년도 성결대 신입생과 1학년 2명, 2학년 2명으로 한옥교회 건축 일꾼들이다. 이들은 거의 2년간 매주 토요일 하루 종일 공사현장에서 일손을 보탰다.
김민수(성결대 3학년)씨는 최근 우체국과 임실의 우유 공장에서 아르바이트한 돈으로 건축헌금을 했다. 지난해 말에 제대한 김씨는 단기사병으로 복무하며 받은 월급을 모아 헌금하기도 했다. 김씨는 “청년시절 성전건축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은혜요, 소중한 추억”이라며 “하나님의 교회가 모두의 기도와 헌신으로 세워진다는 것을 직접 배웠다”고 말했다.
송성기(성결대 1학년)씨는 “성전 지붕에 유리 섬유를 올리면서 온몸이 따가웠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도 교회건축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 기뻤다”며 “입당예배를 드릴 때 매우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관촌성결교회는 농촌교회지만 청년사역이 활발하다. 성도 60여명 중 절반 이상이 청년이다. 이들 중 13명은 신학을 전공했다. 주말마다 전주, 서울 등에서 내려오는 이곳 출신 청년들도 여럿이다.
이 목사는 “한옥 양식으로 친환경 교회를 세운 것도 다음세대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세대를 신앙으로 훈련할 뿐만 아니라 이들에게 삶의 터전도 물려줘야 합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을 그대로 물려줄 책임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임실=글·사진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한국의 생명교회-관촌성결교회] 한옥, 복음을 만나다
입력 2016-01-20 20:45 수정 2016-01-20 2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