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얼마 전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으로 포털사이트 운영사는 이런 언론매체와 계약을 맺을 것이고, 저런 매체와는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매체와 저런 매체를 구분하기 위해 각 분야 전문가와 언론시민단체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기준을 마련했다. 기자회견은 그 기준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지금 인터넷 언론환경은 혼란, 혼탁 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크고 작은 매체가 매일 비슷한 기사를 경쟁적으로 쏟아낸다. 어뷰징이 난무하고 노골적인 문구를 담은 선정적인 사진이 횡행한다. 수개월을 취재하며 공들인 기사는 베끼면 그만이다. 기사마다 따라붙는 야릇한 광고 때문에 어린 아이들과 같이 볼 수 없다. 소모적인 자해성 무한경쟁에 몰두하기는 신생 인터넷매체나 역사 깊은 신문사가 다르지 않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지겹도록 많이 나왔다. 개인적인 하소연에는 오랜 친구들조차 질색을 한다. 가장 긍정적인 반응이 냉소일 정도로 언론에 대한 불신이 크다. “자업자득이지. 그렇게 안 만들면 될 것 아니야. 쓰레기는 다 쓸어버려야 해. 너도 기레기냐” 등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푹 숙인다.
뉴스제휴평가위는 바로 이 포인트에서 출발했다. 기자들의 개인적 좌절감과는 별도로 지금의 언론환경을 바꿔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는 가만히 뜯어보면 여간 어색한 게 아니다. 포털사이트와 콘텐츠 공급업체 모두 사기업인데 이들이 계약을 할지 말지를 제3의 기관이 결정한다. 특정한 사람 또는 단체가 ‘해로운’ 기사를 만드는 언론매체를 선별한다. 해로운 기사가 무엇인지를 어느 분야에 전문적 지식을 갖춘 사람들이 모여 결정할 수 있고, 해당 매체에는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제재가 가능하다.
이건 지금까지 알고 있는 언론 시스템과 다르다. 하지만 뉴스제휴평가위가 활동을 시작하는 오는 3월 이후 실제로 일어날 일이다. 그것 말고는 달리 무슨 방법이 있느냐는 물음에 아무도 답을 할 수 없기에 가능한 것이다. 방이 너무 더러워 청소를 하겠다는데 추우니 창문 닫으라고 소리를 지를 수는 없다. 20년 넘게 신문사에서 일했지만 기자회견이 끝난 지 열흘이 넘도록 뉴스제휴평가위에 대한 판단은 ‘유보’다. 신문쟁이의 본능은 “말도 안 돼”라고 외치지만 인터넷 기사를 바라보는 두 눈은 “말이 왜 안 돼. 그마저 싫다면 계속 이럴 거야”라고 반박한다.
그래서 속으로 타협했다. “뉴스제휴평가위 활동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자정 능력이 극단적으로 약화된 언론매체는 외부적 강제를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는 특별한 상황에서 나온 특별한 방법이다.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매체들이 기술의 발전으로 생긴 뉴스 유통시스템의 변화에 적응할 때까지만 가능한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뉴스제휴평가위 활동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틀림없이 더러워진 인터넷 언론환경을 청소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걱정도 적지 않다. 실무자 입장에서 보면 지금까지 나온 기준을 실제 업무에 적용할 때 모호한 점이 많다. 선정적인 기사는 무엇인가. 집단 성폭행을 반대하기 위해 나체로 1인 시위를 벌인 여성운동가의 사진은 선정적일까. 어떤 기사가 표절인가. 같은 내용을 보도했는데 먼저 쓰면 창작이고 나중에 쓰면 표절이 되는 걸까. 공익과 무관하게 사생활을 침해하는 보도와 사생활을 일부 침해했지만 공익적인 기사는 어떻게 구별하는가. 비즈니스와 공익이라는 서로 다른 잣대를 동시에 쓸 수는 없다. 잣대가 모호하면 공정성 문제가 발생한다. 공정성을 의심받으면 아무리 좋은 시도도 힘을 쓰기 어렵다.
고승욱 온라인뉴스부장 swko@kmib.co.kr
[데스크시각-고승욱] 뉴스제휴평가委에 거는 기대
입력 2016-01-20 1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