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사진) 중국 국가주석이 19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하는 것을 시작으로 4박5일간의 중동 순방길에 올랐다.
중국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부터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과 회담을 갖고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이어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이들 세 나라를 국빈 방문한다.
시 주석은 이번 방문에서 3개국 정상과 각각 회담을 갖고 경제협력 방안을 비롯해 양자 관계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원유 등 에너지 외교에 주력하면서 자신의 숙원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추진에도 공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국가는 유럽과 아프리카까지 이어지는 일대일로의 핵심 경유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 주석의 중동 순방을 소개하며 “시 주석이 적절한 시점에 에너지 쇼핑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최근 중국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원유 수요가 줄었지만 유가 불안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시 주석의 방문은 중국의 최대 원유 공급처인 이들 아랍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안정적인 원유 공급을 약속받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WSJ는 분석했다.
시 주석의 이번 순방에서 단연 주목되는 일정은 이란 순방이다. 22∼23일로 예정된 시 주석의 이란 방문은 경제제재 해제 이후 주요국 정상 가운데 가장 빨리 이뤄졌다. 중국의 고위급 정치·경제 사절단도 동행해 에너지와 무역 등 다방면에 걸친 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중국은 세계 2위 매장량을 자랑하는 이란의 풍부한 천연가스를 육로를 거쳐 중국까지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시 주석이 최근 국교단절까지 선언할 정도로 극심한 갈등을 겪는 사우디와 이란을 함께 방문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중국의 이런 중동개입 행보는 미국이 중동에 치중했던 군사·외교적 자원을 아시아로 재분배하는 상황과 맞물려 중동에서의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중동 ‘에너지 쇼핑’ 나선 시진핑
입력 2016-01-19 21:54 수정 2016-01-20 0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