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양대 지침’ 강행… 노동계 투쟁 강화
입력 2016-01-20 04:00
악화일로를 걸어오던 ‘노사정 대화의 틀’이 끝내 깨졌다. 19일 한국노총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불참을 선언함에 따라 노동계와 정부 간 관계회복 가능성은 더욱 멀어졌다. 노사정위 본회의 의결까지 마친 노사정 합의안이 송두리째 흔들리면서 노사정위 무용론도 제기되고 있다.
◇노총 투쟁 vs 정부 양대지침 강행…노·정 ‘마이웨이’=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여당은 노사정 합의 다음날인 작년 9월 16일 합의를 위반한 채 비정규직 양산법 등을 입법 발의하면서 처음부터 합의 파기의 길로 들어섰고, 노사정위원회의 역할과 존재를 부정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한노총은 노사정위에 더 이상 참여할 수 없다”면서 “정부의 양대 지침에 대해 가처분 소송, 위헌심판 청구소송 등을 제기하고 4·13총선 공약을 마련하는 등 소송투쟁과 총선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상황으로선 한국노총이 민주노총과 연대해 총선을 앞두고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입장도 강경하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한국노총의 이번 결정은 대타협 정신보다 일부 연맹의 조직 이기주의를 우선하고 내부 진통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 장관은 이어 “노사정위원회법에 의한 합의문이라 파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합의대로 노동개혁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를 담은 ‘2대 지침’ 추진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양측이 각자의 길을 주장함에 따라 앞으로 갈등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비정규직법 포기 카드를 내세우며 국회 통과를 강조한 ‘4대 노동개혁법’ 처리 여건도 나빠졌다.
◇노사정 합의 무산 처음, 노사정위 무용론·책임론 확산=외환위기로 인한 위기 극복을 위해 1998년 설치된 사회적 대화 기구인 노사정위는 최악의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1999년 민주노총이 노사정위를 탈퇴한 이후 한국노총도 수차례 논의 불참, 탈퇴 선언 등을 번복해왔지만, 한 번 의결한 합의안이 무산된 것은 처음이다. 한국노총만의 참여로 ‘반쪽짜리’라는 한계를 갖고 있던 노사정위의 입지는 더욱 위태로워진 것이다.
반면 ‘9·15 노사정 대타협’이 정부 일방통행과 노동계 오해 속에 우격다짐 식으로 진행된 것이 근본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실효성도 낮은 2대 지침에 지나치게 매달리며 일방통행한 데다 한국노총도 ‘쉬운 해고 반대’ 프레임에 갇혀 협상 여지를 좁혔다는 것이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도 양대 지침 추진과 관련해 “정부가 양대 지침을 노동개혁의 핵심 사안으로 부각해 노동계가 쉬운 해고라는 과도한 우려를 갖게 하고 재계는 과도한 기대를 갖게 됐다. 양대 지침 추진 과정에서도 다소 조급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동계도 같은 주장만을 되풀이하면서 대화와 논의를 거부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노사정 대화 파탄의 책임을 누가 질 것이냐는 논란도 격화될 조짐이다. 김 위원장은 “양측은 지엽적인 사안을 가지고 명분 쌓기만 해 닥친 지금의 위기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동반 사퇴’ 가능성을 내비쳤다. 노동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야말로 그동안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먼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