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문제가 유럽의 정치판을 흔들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중동 및 아프리카 출신 난민들에 의한 대규모 범죄가 알려져 난민에 대한 여론이 차갑게 얼어붙은 가운데 영국 정부가 무슬림 난민에게 영어 학습을 강요하면서 불특정 무슬림과 이슬람 극단주의를 관련짓는 발언을 해 한바탕 곤욕을 치르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영어를 못하는 무슬림 여성 이민자들에 대해 비자 연장을 거부할 가능성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B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캐머런 총리는 “무슬림 여성들의 자기계발, 영국 가치들과의 조화를 돕기 위한 것”이라며 “그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데 2000만 파운드(약 345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난민 중에서도 무슬림만을 겨냥해 영어를 배워야 차별받지 않을 수 있고, 극단주의에도 빠지지 않으며, 영어를 배우지 않으면 영국에 머물기 힘들 것이라고 한 점이다. 그는 “다에시(이슬람국가·IS)의 메시지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려면 영어 능력 향상이 중요하다”면서 “영어 능력을 높이지 못하면 영국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캐머런 총리의 이날 발언은 영국 내 무슬림 단체와 정치권 일각의 반발을 사고 있다. 무하마드 샤피크 영국 라마단 재단 이사장은 “캐머런 총리와 보수당 정부는 영국 무슬림을 정치적 공놀이에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앤디 번햄 노동당 의원은 “캐머런 총리가 무슬림 커뮤니티를 교활하게 낙인찍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역시 캐머런 총리의 발언에 대해 “그는 특별히 무슬림 커뮤니티를 강조했고, 영국에 있는 3만8000명의 무슬림 여성이 영어를 전혀 할 줄 모른다고 꼬집어 비난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쾰른 집단 성폭력 사건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독일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그간의 난민 포용정책 때문에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다. 독일 일간지 빌트가 1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과 기독사회당(CSU) 연합에 대한 지지율은 32.5%로 이 조사가 시작된 2012년 3월 27일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CDU 소속 연방하원 의원들은 현재 메르켈 총리에게 난민통제 강화를 청원하는 서한을 준비하고 서명을 받고 있다. 에드문트 슈토이버 전 CSU 당수는 3월 말까지 난민정책을 변경하라고 메르켈 총리를 압박했다. 대연정 소수당인 사회민주당(SPD) 출신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최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와의 인터뷰에서 “따뜻한 가슴만 많지 계획이 없는 것 같다”며 난민 문제에 대한 메르켈 총리의 전략을 비판했다.
한편 독일 당국은 이날 쾰른 집단 성범죄 사건의 첫 번째 용의자로 26세의 알제리 출신 난민 신청자를 체포했다. 현재 독일 경찰은 쾰른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21명을 대상으로 수사 중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캐머런, 영어 못하는 무슬림 여성 추방 발언 논란
입력 2016-01-19 2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