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피학대 아동을 위한 생활공동가정(그룹홈)을 운영하던 박모씨는 지난해 말 개소 2년 만에 문을 닫았다. 함께 지낸 5명의 자식 같은 아이들이 눈에 밟혔지만 한 달에 100만원가량의 적자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인건비만을 지원할 뿐 그룹홈을 위한 집을 얻거나 개보수는 자비로 부담해야 했다. 보육사 1명과 번갈아 12시간씩 근무했지만 모자란 운영비를 충당하다 보면 박씨에게 떨어지는 인건비는커녕 빚만 늘었다.
학대받는 아동이 늘고 있지만 이들을 보호할 쉼터와 그룹홈 예산은 오히려 줄어들며 그룹홈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말로만 피학대 아동 대책을 내놓을 게 아니라 실질적인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동학대는 갈수록 늘어나는데…줄어든 예산=19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올해 아동·청소년 그룹홈 예산은 137억1400만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50억9100만원 증가했다. 그러나 실상은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 57억500만원이던 학대 피해아동 쉼터 예산이 전액 삭감되고 그룹홈 예산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아동·청소년 쉼터·그룹홈 예산은 6억1400만원 줄었다. 쉼터와 그룹홈에 오는 아동·청소년의 40%가량은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아서다. 쉼터에서 6개월∼1년 심리치료 등을 받은 뒤 피학대 아동·청소년들은 아동시설이나 가정위탁, 그룹홈 등으로 옮겨진다.
아동학대가 갈수록 늘면서 그룹홈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그룹홈은 대형 시설보호가 아닌 대안 양육 형태로 2014년 말 기준 476곳에 2588명의 아이들이 살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2년 6403건이던 아동학대 신고는 2014년 1만7791건으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그룹홈 수는 489곳에서 476곳으로 줄었다. 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최선숙 사무국장은 “정부가 2014년부터 지원을 더 해주겠다면서 그룹홈 예산을 일반예산에서 복권기금으로 옮겼지만 말뿐이었다”며 “지난해에는 청와대에 편지까지 썼는데 오히려 예산이 줄었다”고 말했다.
◇아동·청소년 그룹홈 종사자, 더 힘든 일 하는데 비정규직 신세=아동·청소년 그룹홈 보육사의 처우는 다른 사회복지시설과 비교해 가장 열악하다. 그룹홈 1곳당 월 운영비는 2013년부터 24만원으로 동결된 상태다. 올해 월평균 보육사 급여는 168만원이다. 그러나 4대 보험 등 자기 부담금과 모자란 기관 운영비를 제외하면 130만원 정도로 줄어든다. 심지어 같은 그룹홈이라도 장애인과 노인 그룹홈 종사자는 퇴직금과 시간외수당이 인정되지만 아동 그룹홈은 예외다. 장애인·노인 그룹홈은 정부가 지원을 100% 하는 보장수급 형태지만 아동 그룹홈은 개별수급 형태이기 때문이다.
한 종사자는 “아동·청소년 그룹홈 보육사의 평균 근무기간은 2년 정도”라며 “대부분 경험을 쌓으려는 20대 사회복지사 아니면 50대 이상으로 아동들이 원하는 30, 40대는 찾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윤성민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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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1-19 2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