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충격(증시 폭락, 경기 둔화)이 연초부터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하면서 그나마 잘나가던 미국마저 경기 침체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가 잇따라 부진한 가운데 중국 리스크가 더해진 결과다. 다만 아직까지는 우려 수준이다. 본격적인 경기 위축이라기보다는 ‘소프트패치’(경기 회복 국면에서의 일시적 부진)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달 초 발표된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지난해 12월 제조업지수는 48.2로 2009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달러화 강세와 글로벌 수요 부진 때문에 11월(48.6)에 이어 2개월 연속 기준치(50)를 밑돌았다. 12월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4% 줄어 3개월째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 연간 산업생산 증가율은 1.3%로 2009년 이후 가장 저조했다. 12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1% 줄었다. 연간 소매판매는 2.1% 늘어나는 데 그쳐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JP모건은 이 같은 부진을 근거로 지난해 4분기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0%에서 0.1%로 내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9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수정보고서에서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8%에서 2.6%로 낮췄다.
현지 경제 전문가들의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의 전문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0%가 향후 1년 내 미국 경기가 하강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1년 안에 불황(경기 침체)이 일어날 가능성은 17%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조사에선 1년 내 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19%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2월 이후 최고치다.
TD증권 밀런 멀레인 연구원은 “미국 경제의 외부 위험요소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중국”이라고 지적했다.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장도 “침체를 야기할 만한 거의 모든 요인이 국경 밖에 있다”며 “유럽은 긍정적이지만 중국이 와일드카드(예측 불가능한 요인)”라고 말했다.
미국 경기가 당장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설문조사 수치(17∼19%)대로 아직 낮지만 단기적인 경기 둔화 압력은 큰 편이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같은 궤적을 그리는 제조업지수가 부진하기 때문이며, 국제유가 폭락으로 에너지 관련 생산·투자가 부진한 것도 문제다. NH투자증권 김환 연구원은 미국 경기가 소프트패치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관측하면서 “하반기부터는 글로벌 수요 회복과 달러 약세로 경기가 다시 회복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경기 침체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는 부동산과 서비스업의 호조와 소비 여력 개선 때문이다.
키움증권 김현조 연구원도 “제조업 둔화와 설비투자 감소로 미국의 성장 속도가 과거 1∼2년보다 둔화될 가능성은 커졌으나 미국 경제는 여전히 회복·확장 중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미국發 경기 침체론도 솔솔… “위축 아닌 소프트패치 진입”
입력 2016-01-19 2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