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 논란? 나보다 더 아픔 겪는 사람 많다”… 극작가 겸 연출가 박근형씨, 검열 문제 입장 밝혀

입력 2016-01-19 20:08

“(검열 문제와 관련해)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나보다 더 심하게 아픔을 겪는 사람들도 많다. 그저 하루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다.”

극작가 겸 연출가 박근형(53)이 19일 서울 남산예술센터에서 가진 2016 시즌 프로그램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연극계 검열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공식 석상에서 처음이다.

박근형은 지난해 9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사업인 연극 창작산실에 신작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가 선정됐으나 전작 ‘개구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풍자했다는 이유로 자진철회를 강요당한 사실이 알려졌다. 또 같은 해 10월 국립국악원 기획공연 금요공감에서 앙상블 시나위의 ‘소월산천’ 연출을 맡았으나 이 역시 석연찮은 이유로 배제됐다.

그는 “2013년 국립극단이 공연한 ‘개구리’가 지금까지 논란이 되는 데 대해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당시 공연은 지루한 그리스 희극을 쉽게 풀어내기 위한 것으로 연극적 완성도가 높지도 않았다”면서 “모 언론이 연습용 대본을 갖고 사석에서 논할 수준으로 기사를 쓰면서 어버이연합이 거세게 항의하는 등 논란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창작산실에서 탈락한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는 남산예술센터의 올 시즌 개막작으로 선정돼 3월 10∼27일 무대에 오른다. 작품은 현재 한국에서 탈영한 젊은 군인, 일제 말기 가미카제 특공대가 된 조선 청년, 이라크에서 납치된 젊은 선교사, 서해안에서 침몰한 선박 등의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불행한 죽음을 이야기한다. 일본 최대 공연예술축제인 ‘페스티벌 도쿄’의 공식 초청으로 10월 도쿄에서도 공연될 예정이다.

논란 이후 작품의 풍자성이 더 강해졌다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 그는 “나의 글쓰기는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 과거 강경대 학생이 죽었을 때 극장에서 분신을 다룬 작품을 하는 등 소재에 따라 직접적이고 강렬한 표현도 망설이지 않았다”면서 “내 작품의 풍자성이 더 강해진 것은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편 남산예술센터는 올해 고연옥 작·고선웅 연출의 ‘곰의 아내’, 장우재 작·연출 ‘햇빛샤워’, 윤한솔 작·연출의 ‘나는 연기왕’ 등 10편을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예술위 지원사업 등에서 배제됐던 세월호와 검열 등을 소재로 한 작품도 여럿 포함돼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