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청소년들 ‘흡연율 조사’ 거짓말하고 있었다

입력 2016-01-19 17:14 수정 2016-01-19 21:45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 가운데 일부는 흡연 실태조사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증명됐다. 정부의 청소년 흡연 실태조사 방식의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대구가톨릭대 예방의학교실 박순우 교수 연구팀은 19일 ‘청소년 흡연조사 타당도 평가’ 보고서를 내고 “학교에서 익명의 자가보고 방식으로 조사되는 흡연율이 실제 참값보다 작게 추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질병관리본부의 연구용역을 받아 지난해 5월부터 대구·경북 고교 13곳에서 고교생 1058명(남학생 443명, 여학생 615명)을 대상으로 ‘진짜 흡연율’을 찾는 작업을 했다.

연구팀은 먼저 질병관리본부가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에서 실시하는 방식 그대로 1차 조사를 실시했다.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는 보통 담당 교사의 지도 아래 학교 컴퓨터실 등에서 실시된다.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최근 한 달간 한 개비 이상 흡연했는지를 스스로 기입하는 식이다.

1차 조사에서 흡연율은 전체 8.0%(남학생 16.5%, 여학생 1.8%)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7∼42일 뒤 학교별로 2차 조사를 실시했다. 학교 교사 대신 외부 조사원이 설문조사를 진행한 다음 곧바로 소변검사를 실시했다. 2차 설문조사와 소변검사 모두 1차 때보다 흡연율이 높게 나왔다. 설문과 소변검사에서 하나라도 흡연자로 분류된 경우를 기준으로 전체 흡연율을 다시 산정했더니 1차보다 3.3% 포인트 높은 11.3%를 기록했다. 남학생은 5.4% 포인트 상승한 21.9%, 여학생은 1.9% 포인트 높은 3.7%였다.

연구팀은 1차 조사에서 일부 청소년이 거짓말을 한 이유를 교사의 감독과 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에서 찾았다. 1·2차 조사의 응답이 일치하지 않은 학생 가운데 51.1%가 교사의 감독이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57.8%는 조사 결과가 유출될 가능성을 염려했다.

연구팀이 진짜 흡연율 찾기에 나선 배경에는 여성 청소년과 성인 간의 흡연율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10년간 여성 청소년 흡연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졌지만 19∼29세 여성의 흡연율은 감소 경향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고교 1∼2학년 여학생의 경우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에서 평생 흡연 경험률이 중학교 때에 비해 급감하는 모순된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정확한 응답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익명성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조사 환경이 거짓 응답에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비밀보장을 위한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