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바오치 시대’ 마감… 올해 5%대 성장 그칠수도

입력 2016-01-19 22:00
중국 베이징의 한 전기차 공장에서 18일 한 근로자가 부품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수출과 투자 중심에서 소비 중심의 경제로 전환되면서 중국의 제조업 분야에 대한 투자도 점점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7%를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예상됐던 일이다. 문제는 세계 2위 경제대국의 경기 둔화세가 쉽게 회복세로 돌아서기 힘들 것이라는 데 있다.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대체로 6.3∼6.8%에 분포해 있다. 6%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7%대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던 ‘바오치(保七)’ 시대는 이제 옛일이 됐고 6%대를 지키는 데 안간힘을 써야 하는 ‘바오류(保六)’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서비스업 성장세 투자·수출 하락에 발목 잡혀=랴오췬 중신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19일 “중국 경제가 안정화를 위한 단계를 밟고 있다”면서 “하지만 아직 안정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과거 수출과 투자 위주의 경제 구조를 소비 위주의 경제로 전환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처음으로 서비스 부문이 국내총생산(GDP)의 50%를 넘어 50.5%를 기록했다. 하지만 아직 과도기일 뿐이다. 서비스 부문 상승세가 그동안 중국 경제 성장의 상당 부분을 의존해온 투자와 수출 하락세를 만회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조업 분야 투자 증가율은 2014년 13.5%에서 지난해 8.0%로 줄었고, 부동산 개발 투자 증가율도 같은 기간 10.5%에서 1.0%로 사실상 정체 상태를 나타냈다. 수출은 1.8%, 수입은 13.2% 각각 하락하면서 지난해 수출입 총액은 전년 대비 7.0%나 급락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적자 재정을 통해 과감한 경기 부양을 예고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거 중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사용했던 인프라 투자 확대나 신용 공급 등의 방법이 이제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지난해 중국 정부가 증시 부양을 통해 경기를 끌어올리려던 시도와 희망이 증시 붕괴로 물거품된 상황에서 마땅한 정책 수단이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초 중국 증시 붐은 1∼3분기 성장률에 1.5% 포인트나 기여했다는 분석도 있다.

◇과잉 부채와 자본 유출 우려 등 중국 경제 짓누른다=경기 둔화 와중에 부채 규모가 더욱 커지고 있는 점은 중국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중국 국영기업의 지난해 1∼11월 순이익이 9.5% 줄어든 반면 부채는 18.2%나 증가했다. UBS그룹은 현재 중국의 부채 규모는 GDP의 약 260%로 추산하고 있다. 늘어나는 부채의 상당 부분은 소비와 투자보다 다시 돈을 갚는 데 사용되고 있다. 중국 가계와 기업들이 이자 상환을 위해 지출하는 돈이 GDP의 20%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특히 기업들의 과도한 부채는 신규 투자를 제한해 성장 둔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등의 요인으로 급격한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발생한 상하이 증시 폭락 사태에서 볼 수 있듯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는 금융 불안을 촉발시키고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중국 당국으로서는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출 경우 자본 유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반대로 금리를 올린다면 부채에 시달리는 기업을 파산으로 몰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는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안 좋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블룸버그 통신 집계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6.5%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6.3%로 더욱 낮다. 특히 노무라증권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5.8%, 내년에는 5.6%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소시에테제네랄의 클라우스 바더 분석가는 “노동시장의 급격한 악화 없이 부채에 허덕이는 산업을 어떻게 구조조정하느냐가 중국 경제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