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문학의 거장 미셸 투르니에(사진)가 18일(현지시간) 저녁 파리 인근 이블린의 슈아셀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향년 91세.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추도성명에서 “거대한 재능을 지닌 위대한 작가이며 프랑스뿐 아니라 20세기 유럽 문학의 역사를 규정지었다”고 애도했다. 20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가장 영향력을 발휘한 작가이자 철학자로 평가받는 투르니에는 1924년 독일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독일 튀빙겐과 소르본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으며 칸트와 장 폴 사르트르 전문가로 꼽힌다.
1967년 마흔 셋에 데뷔작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을 내놓아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을 수상했다. 1970년에는 어린이들을 나치 정권으로 끌어들이는 남자에 관한 소설 ‘마왕’으로 프랑스 최고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받았다. 국내에도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황금 구슬’ ‘외면일기’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 등 다수의 소설과 에세이가 소개됐다.
투르니에는 전통적인 이야기 형식과 신화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현대사회를 재해석하는 작품을 주로 선보였다. 특히 문명과 사회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제공한다. 데뷔작 ‘방드르디…’가 대표적이다.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를 재해석한 것으로 방드르디는 이 책에 나오는 노예 프라이데이의 불어 이름이다. ‘로빈슨 크루소’가 산업사회 탄생을 예고하고 이를 예찬한 작품이라면 ‘방드르디…’는 ‘로빈슨 크루소’의 계몽주의적·식민주의적 세계를 풍자한다.
2004년 귄터 그라스, 아모스 오즈,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아서 밀러, 주제 사마라구 등 세계적인 작가들과 함께 남아프리카 에이즈 퇴치를 위한 단편 소설 프로젝트 ‘내 인생, 단 하나뿐인 이야기(Telling Tales)’에 참여하기도 했다.
국내에 투르니에의 소설을 처음 소개한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는 “아카데미 공쿠르의 종신회원일 정도로 프랑스에서 독보적인 평가를 받는 작가”라며 “작품들이 대부분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유럽 문학의 거장’ 미셸 투르니에 별세
입력 2016-01-19 2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