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새해에도 대한민국에선 ‘정치 실종’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국회는 여전히 국민과 민생을 아랑곳하지 않고 기득권과 자당(自黨)·자파(自派) 이익을 좇고 있고, 대통령은 국회를 설득하는 대신 날 선 비판에다 국민과의 ‘직접 정치’에 뛰어들었다. 정치에서 상생과 협력은 사라지고 독기 어린 비난과 무시만이 횡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치의 속성 자체가 정권창출을 유일한 목표로 삼고 정략(政略)적 이익 추구에 집중할 수밖에 없긴 하지만, 대통령까지 나서서 ‘여의도 정치’와 벽을 쌓은 채 입법부 비난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렇게 계속 국민들이 국회로부터 외면을 당한다면 지금처럼 국민들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을 텐데 그것을 지켜봐야 하는 저 역시 너무도 안타깝고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막론하고 경제활성화 법안과 노동개혁 법안을 하루 속히 통과시켜 달라고 수없이 국회에 호소했지만 국회는 계속해서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죽하면 엄동설한에 경제인들과 국민들이 거리로 나섰겠습니까”라고도 했다. 전날 경제단체 등이 주도하는 ‘민생 구하기 입법 촉구 1000만 서명운동’에 직접 동참해 서명한 일을 거론한 것이다.
국민 여론을 결집시켜 법안 처리에 꿈쩍도 하지 않는 국회를 압박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의의 대표인 국회를 상대로 한 ‘대(對)국회 정치’ 대신 ‘거리 정치’에 나설 수도 있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은 국회가 법안 처리는 안중에 없고 계파 다툼에만 골몰하는 등 여전히 국민과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따라서 이제는 “국민이 나서야 할 때”라는 게 박 대통령의 생각이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대통령은 국회를 상대로 한 설득과 소통의 노력을 포기해선 안 된다는 시각이 많다. 어렵더라도 끝까지 협력을 구하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고, 이마저 안 된다면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대통령의 권한과 책무에 따라 행동하면 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정 운영을 하는데 비효율적인 요소와 절차가 많다고 해서 대통령이라고 그걸 건너뛰어선 결코 안 된다”며 “어떤 순간에도 국회를 국정의 파트너로 삼고 대화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민의 대표라는 정치권 역시 ‘그들만의 싸움’에서 탈피해 진심으로 민생 지키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대통령은 국회 무시, 국회는 국민 무시… ‘정치 실종’에 한발짝도 못나가는 ‘한파 정국’
입력 2016-01-20 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