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더 걱정” 조선 빅3, 수주목표 20% 낮췄다
입력 2016-01-20 04:03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58척, 123만CGT(표준환산톤수)에 불과했다. 월간 발주량으로는 2009년 9월(77만CGT) 이후 최저치였다. 우리나라의 선박 수주실적 역시 11만CGT로 2009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19일 “올 한 해 조선업황이 좋지 않음을 예고하는 실적”이라며 “올해가 지난해보다 더 힘들 수 있다는 얘기마저 나온다”고 말했다.
최악의 2015년을 겪었던 국내 조선업체들이 다시 힘겨운 한 해를 보내게 생겼다. 조선업 침체로 국내 조선 ‘빅3’의 지난해 수주 실적은 수주목표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빅3의 수주 목표액은 470억 달러였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나라 조선업계 전체가 실제로 수주한 금액은 218억 달러에 불과했다. 올해 빅3는 지난해보다 수주 목표액을 20% 정도 낮췄다. 저유가 기조가 계속되면서 석유시추선 등 해양플랜트 발주가 사라졌고, 지난해 효자 노릇을 했던 대형 컨테이너선이나 LNG선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주목표를 낮췄지만, 조선업계 전체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아보기 힘들다.
빅3는 지난해 최대 8조원, 2014년까지 합치면 10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천문학적인 적자 행진이 계속되면서 조선업계는 이미 혹독한 인력감축과 임금삭감, 조직개편 등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조선업계는 지난해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3000명 이상을 정리했다. 여기에 현금 확보를 위한 보유 지분 매각, 계열사 정리 작업 등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본격적인 구조조정은 올해부터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조선, 해운업계 등의 구조조정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정부가 구조조정에 나설 경우 은행 지원으로 버텨온 중소 조선업체들은 위험한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징조도 나타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15일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9개 채권은행의 동의를 얻어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해 말에는 법정관리 중이었던 경남 통영의 중견 조선업체인 ‘신아SB’가 파산을 신청했다. 한때 세계 10위권에도 들었던 70년 역사의 중견 조선업체가 사라졌다. 대형 조선업체들의 협력사 폐업도 올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는 STX조선해양, SPP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등 중견 조선업체도 올해 대대적인 인력감축과 임금삭감 등 구조조정 한파에 시달릴 전망이다. STX조선은 연말까지 전체 인원의 30%가 넘는 930명을 줄인다는 방침 아래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 다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지난해 삼성중공업과 경영협력 협약을 체결한 성동조선해양도 올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조선업계 다른 관계자는 “전 세계 수주량이 줄고 있다는 의미는 결국 국내 조선 생산시설이 과잉이라는 의미”라며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