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5도를 밑도는 강추위에도 아이들은 시종일관 웃음을 터뜨렸다. 눈썰매를 타고 내려오다 중심을 잡지 못해 눈밭을 뒹굴어도, 미끄러운 설원 위를 달리다 엉덩방아를 찧어도 까르르 웃으며 함성을 내질렀다.
아이들은 ‘2016 감리교 희망열차’에 참가한 학생들이었다. 19일 오전 9시 서울 용산역에 집결한 아이들은 기차를 타고 경기도 가평의 한 눈썰매장으로 향했다. 참가자들은 소아암으로 투병하다가 완치된 아이들 한 팀, 그리고 보육원인 경기도 부천 ‘새 소망의 집’ 원생들 한 팀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인 방지원(12)양도 참가자 중 하나였다. 2007년 백혈병 진단을 받고 3년간 투병한 뒤 완치 판정을 받은 지원이는 어머니, 두 살 터울의 오빠와 함께 참가했다. 지원이는 출발에 앞서 여행을 가는 게 기대되는지 묻자 “너무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어머니 김애경(38)씨는 “과거 이 행사에 참가한 적 있는 소아암 환아 부모로부터 ‘감리교 희망열차’를 알게 돼 행사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날씨가 너무 추워 걱정이 되기도 했어요. 하지만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행사라고 하더군요. 소아암 환아를 위한 행사가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웃음).”
이날 참가자는 총 44명이었다. ‘새 소망의 집’ 아이들 중에는 매년 이 행사에 참가하는 경우도 있었다. 박가연(12)양이 대표적이다. 가연이는 “날씨가 춥긴 한데 눈썰매장에서 친구들과 노니 정말 신난다”며 웃었다. “날씨가 추워서 혹시 행사가 취소되는 게 아닐까 걱정하기도 했어요. 저희는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상관없거든요(웃음).”
‘새 소망의 집’ 원생들을 인솔한 교사 전성희(49·여)씨는 “아이들이 올해는 언제 눈썰매 타러 가느냐고 귀찮을 정도로 묻곤 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방학이라 학교를 안 가니 아이들이 거의 매일 시설에서만 지냈다”며 “이렇게 외출할 기회가 생겨 다들 좋아한다”고 말했다.
‘감리교 희망열차’는 보건복지부 장기이식등록기관인 ㈔생명을나누는사람들(이사장 임석구 목사)이 힘든 처지에 있는 아이들에게 위로와 사랑을 전하기 위해 2008년부터 매년 겨울 개최하는 행사다.
행선지는 해마다 달라진다. 강원도나 경기도의 눈썰매장으로 떠날 때도 있지만 일출을 보러 동해안으로 간 적도 있다. 누적 참가자는 1600명이 넘는다. 올해 여행 경비는 청학교회(황규천 목사) 세광교회(정중섭 목사) 참평안감리교회(현혜광 목사) 꿈마을엘림교회(김영대 목사) 여선교회중부연회연합회(차경희 회장) 김경은(서울 정동제일교회) 장로 등이 기부한 후원금으로 마련했다.
아이들은 가평의 한 식당에서 닭갈비로 저녁식사를 한 뒤 다시 기차를 타고 귀가했다. 생명을나누는사람들 상임이사인 조정진(47) 목사는 “한국교회의 후원과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거의 매년 300명 넘는 학생을 초대해 행사를 열곤 했습니다. 하지만 교회들 후원이 줄면서 언젠가부터 행사 규모를 축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소외된 이웃에게 희망과 기쁨을 전하는 일은 교회의 사명일 겁니다. 내년부터는 많은 교회들이 후원에 참여해 더 많은 아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갔으면 합니다.”
가평=글·사진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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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열차, 올해도 사랑 싣고 달렸다… 소아암 이겨낸 아이들·보육원생에 ‘겨울여행’ 선물
입력 2016-01-19 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