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문 대표는 19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야권 통합을 위해 선거대책위원회가 안정되는 대로 빠른 시일 내에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인재영입위원장직에서도 물러나 평당원 신분으로 4·13 총선 승리를 위해 나름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2·8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문 대표는 2년 임기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문 대표의 중도하차는 그동안 제1야당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열린우리당을 시작으로 지난 10여년간 30번 가까이 당의 얼굴이 바뀔 정도로 더민주는 만신창이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는 선거마다 판판이 지다보니 기네스북에나 오를 기록을 세웠다. 과거 학생운동권의 교조적 정치문화에 매몰된 탓이다. 문 대표는 지난해 4·29 재보선 참패 이후 줄곧 비주류의 퇴진 공세에 시달렸다. 그럴 때마다 재신임 투표와 ‘문·안·박 연대’ 제의를 통해 정면돌파를 시도했으나 오히려 야권분열이라는 역풍을 맞아 대표직에서 물러나지 않으면 안 될 지경에 이르렀다.
더민주는 문 대표의 백의종군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부산이 지역구인 조경태 의원이 탈당하긴 했으나 문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비주류 의원들의 탈당 명분은 소멸됐다고 본다. 문 대표 거취문제로 지지부진하던 국민회의나 정의당과의 통합 및 총선연대 논의도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는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 저지를 20대 총선의 목표로 세웠다. 지금처럼 야권이 지리멸렬한 상태에선 달성하기 쉽지 않은 목표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진정 더민주가 야권통합을 바란다면 기득권을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국민의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었는데 친노패권주의 청산이 전제되지 않는 한 말장난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번 총선 결과에 사실상 문 대표의 정치생명이 걸려 있다. 문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정권교체 희망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겸허하게 제 역할은 여기까지다 그렇게 인정해야 하지 않겠나”고 배수진을 쳤다. 총선에서 참패할 경우 정계를 떠난다는 의미다. 사즉생의 각오로 더민주가 ‘유능한 경제정당’ ‘든든한 안보정당’으로 거듭난다면 돌아선 민심을 되돌릴 수 있다.
[사설] 탈당 러시 속 문 대표 사퇴가 반전 계기 되려면
입력 2016-01-19 1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