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희한한 담보물

입력 2016-01-19 17:49

담보물은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할 때에 대비해 채권자에게 제공하는 자산을 말한다. 물적 담보는 대개 부동산과 유가증권으로 나뉜다. 제3자가 채무자의 보증을 서면 제3자의 자산도 담보물이 된다.

셰익스피어의 희극 ‘베니스의 상인’에는 특이한 담보물이 나온다. 바사니오는 포샤에게 청혼하러 가기 위한 여비를 빌려 달라고 안토니오에게 부탁한다. 친구 사정을 딱하게 여긴 안토니오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손을 벌린다. 안토니오는 빚을 갚지 못하면 살 1파운드를 베어내겠다는 샤일록의 계약조건을 받아들인다. 채무를 변제하지 못한 안토니오가 법정에 선다. 판사로 변장한 포샤가 인구에 회자되는 판결을 내린다. “살은 베어 가되 피는 한 방울도 흘리지 말라.” ‘목숨’을 담보로 제공한 안토니오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난다.

창세기 38장에는 다말이 시아버지인 유다와 동침하기 전에 담보물을 요구하는 장면이 나온다. 과부가 된 다말은 유다가 시동생인 셀라의 계대결혼을 허락하지 않자 창녀처럼 꾸미고 유다를 유혹한다. 다말은 유다의 도장과 지팡이 등을 담보물로 받고 유다와 동침한다. 다말이 행음해 임신한 것으로 오인한 유다는 “다말을 불사르라”고 지시한다. 이때 다말은 유다의 담보물을 내놓으며 목숨을 건진다. 보증이나 담보의 위험성을 경고한 구절도 있다. “네가 만일 이웃을 위하여 담보하며 타인을 위하여 보증하였으면 네 입의 말로 네가 얽혔으며 네 입의 말로 인하여 잡히게 되었느니라.”(잠언 6장 1∼2절)

남태평양 섬나라의 은행들은 염소, 바닐라나무, 카누 등을 대출 담보로 활용할 계획이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통가개발은행은 4만5000달러 상당의 농작물을 담보로 농민들에게 돈을 빌려주기로 했다. 대부분의 영토가 왕이나 부족의 소유이기 때문에 부동산 대신 동산을 담보로 잡겠다는 것이다. 담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지만 그게 쉽지 않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