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식사를 하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좋아하는 만둣국을 잘하는 식당 근처를 지나게 되어 들렀다. 만둣국의 맑은 국물 맛이 좋아 사람들이 즐겨 찾는 식당이다. 손님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만둣국을 막 받아든 노부부뿐이었다. 맞은편에 앉아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두 분을 보니 고개를 숙인 채 말없이 식사에만 열중하셨다. 식사가 끝날 때까지 두 분은 그런 모습으로 한마디도 나누지 않다가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티슈를 건네는 것으로 식사를 끝냈다. 아마도 늘 말 없는 식탁이 이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참 더 사실만 한 연세로 보이는데 저렇게 무덤덤하게 사시면 너무 재미없지 않을까 싶었다. 매사에 의욕도 흥미도 없이 시들하게 지내는 것이 노화현상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100세 시대에 인생은 80부터라며 아흔아홉까지 팔팔하게 살자고 말하는데, 외로움과 역할 상실로 인한 무력감이나 우울감으로 허송세월하기보다 자유로운 마음으로 행복을 느끼며 유쾌하게 나이 들기 위해서는 본인의 의지가 필요할 것이다.
얼마 전 장수노인을 소개하는 TV 프로에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다 오래전 퇴직하신 분이 소개된 적이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시청했는데 부인께서 돌아가시고 혼자 생활하시는데 80대 노인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외모관리도 잘하셨고 혼자 사는 집도 정갈하게 꾸미고 날마다 헬스장을 찾아 두 시간씩 몸을 가꿔 육체미대회에 나가 상도 타고 동호회 회원들과 댄스스포츠도 즐기며 건강하고 자신감 있게 살아가는 것을 보고, 노년에도 주저함 없이 새로운 시도를 할 줄 아는 용기가 만족한 삶을 이루게 하는 것을 느꼈다.
생산성이 떨어져 사회에서 설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노인의 삶을 실용적 관점에서 재단하고 평가하면 그들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을 것이다.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않고 누릴 수 있도록 돕고, 풍부한 경험을 공동체에 환원하여 잉여의 시간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해 활기를 찾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김세원(에세이스트)
[살며 사랑하며-김세원] 설렘이 있는 노후
입력 2016-01-19 1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