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가고 싶다는 의붓딸을 계모가 폭행해 죽인 ‘서현이 사건’은 2013년 10월에 있었다. 작은 몸은 멍투성이였고 갈비뼈 16개가 부러진 채였다. 비슷한 시기에 ‘골프채 체벌사건’도 터졌다. 8세 아이는 아버지가 휘두른 골프채 등에 맞아 숨을 거뒀다. 그 다음 달에는 인천에서 아이에게 소금밥을 강제로 먹여 죽게 한 계모가 붙잡혔다.
여론의 분노가 치솟자 정부는 부랴부랴 움직였다. 관계부처 회의, 당정회의 등을 열고 대책을 내놨다. 그리고 그걸로 끝이었다. 달라진 게 별로 없다. 정부가 수없이 쏟아낸 아동학대·학업중단 대책은 ‘말잔치’였고, ‘여론 무마용’일 뿐이었다.
◇‘말’뿐인 정부 대책=인천 11세 여아 학대사건과 부천 초등생 토막시신 사건이 잇따르면서 ‘장기결석자 관리’는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두 아이 모두 의무교육 대상인 초등학생이고 장기결석 상태였다. 학교와 사회는 아이들의 존재조차 몰랐다. 인천 사건이 일어나자 황우여 당시 사회부총리는 “아동보호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났다”며 통탄했었다.
이런 문제를 처음 접한 듯 말했지만 정부는 아동학대 사건 때마다 비슷한 말을 반복해 왔다. 서현이 사건 이후 보건복지부·교육부 등이 내놓은 ‘아동학대 예방 및 피해아동 조기발견·보호 종합대책’(2014년 2월 28일)에는 장기결석 아동을 찾아야 한다는 대목이 있다. 정부는 “학령기 미취학 아동 명단을 확보해 보호인력·경찰이 가정을 방문한다” “적극적으로 가정방문을 해 학대위험 아이를 찾겠다”고 했었다.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는 “아동학대 조기발견·신속대응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2년이나 흘렀지만 초등학생이 무단결석을 하면 가정으로 출석독려장을 보내고 종결하는 절차는 그대로다. 지난 17일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아동학대 조기발견과 신속한 대응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2년 전 정 전 총리의 말을 그대로 되뇌었다.
◇아이들 고통 받는 와중에도 ‘숫자놀음’=매년 발표되는 ‘학업중단 대책’에도 장기결석 문제는 매번 언급됐다. 2013년 11월 ‘학업중단 예방 및 학교 밖 청소년 지원 방안’에선 “빅데이터를 분석해 위기 아동을 조기 발견하고, 장기결석자는 원인을 찾아 지속 관리한다”고 명시돼 있다. 2014년 9월 학업중단 현황조사 때도 정부는 “각 기관이 정보를 공유해 아동학대형 의무교육 이탈을 막고 사각지대를 없애겠다”고 했다.
지난해 5월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거주지가 불분명한 취학대상 아동의 소재 파악, 아동학대형 의무교육 이탈을 방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교육부는 “학업중단자가 전체 학생의 0.83%다. 전년보다 14.3% 줄었다. 학업중단 숙려제 등 정책의 효과”라고 홍보에 열을 올렸다. 0.83%란 숫자만 보면 극소수인 듯하지만 그 인원은 5만1906명이나 된다.
한편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장기결석 전수조사’ 범위가 지나치게 좁다는 비판이 일자 미취학 아동과 중학생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현재 7일 이상 무단결석하면서 연락이 끊긴 초등학생 220명만 조사 중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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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이 사건’ 이후 아동학대 정부 대책은 말잔치 뿐
입력 2016-01-19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