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특별수사 ‘계좌추적’ 싸고 또 공방… MB정권 인사들 “추적당해”-檢 “하베스트 조사 중 연결”

입력 2016-01-19 04:17

“회계 분석, 디지털 분석, 계좌추적. 이것이 수사의 3대 요소입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지낸 한 법조인은 2012년 중수부 폐지에 반대하며 이같이 말했다.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서는 강력한 검찰 특별수사력이 필요한데, 그 핵심 요소가 계좌추적이라는 얘기였다.

검찰의 계좌추적은 통상 계좌 주인이 수사선상에 올랐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명박정부의 고위 경제관료 출신들이 일제히 금융계좌를 조회당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인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18일 “한국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인수 과정을 수사할 당시 고발된 김형찬 전 메릴린치 서울지점장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연결계좌를 열다 보니 전 정권 고위직 인사들이 포함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지점장의 아버지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다.

◇가장 예리한 칼=계좌추적은 통상적인 압수수색과 달리 피의자가 알아채지 못하게 이뤄지는 은밀한 내사 수단이다. 검찰은 의미 있는 첩보가 접수되거나 의심 자금과 연결된 새 계좌를 발견했을 때 법원에 계좌추적영장을 청구해 혐의 유무를 검증한다. 검찰이 입출금 내역을 조회한 이명박정부 고위직 10여명은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 계좌에 금전거래 내역이 있었다. 검찰은 거래 시점이나 액수 등에 비춰 석유공사 사건과 무관했고 다른 혐의점도 없어 더는 수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부패 범죄에 금융거래가 동반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계좌추적은 계속 빈도가 높아져 왔다. 2010년 전국 법원에 접수된 계좌추적영장은 5만8231건이었다. 이는 해마다 증가해 2014년 11만건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상반기에만 6만건을 넘어섰다. 법원은 이를 대부분 승인하고 있다. 계좌추적영장 발부율은 2010년 88.9%에서 2014년 93.9%까지 높아졌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의심거래정보(STR) 제공 증가세도 계좌추적 활성화와 관련돼 있다. 검찰이 총수 일가의 계좌추적을 벌인 것으로 알려진 신세계그룹, 동부그룹 등의 비자금 의혹 수사는 FIU 정보를 토대로 진행된 내사로 꼽힌다. 다만 계좌추적을 통해 살펴본 자금 흐름이 혐의와 무관하다고 판단되면 즉시 수사를 중단하는 게 일반적이다. 검찰 관계자는 “의도적인 고위직 계좌추적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증거인멸 우려하지만=계좌추적이 특히 광범위하게 이뤄진 사례는 2013년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의 영장 집행이었다. 당시 검찰은 전두환 삼부자를 피의자로 적시해 발부받은 압수수색영장을 전 금융권에 발송, 금융자산 입출금 내역 회신을 요구했다. 1993년부터 무려 20년6개월간의 금융거래 내역 일체를 요구한 점은 화제를 낳았다.

당시 검찰은 금융권에 “6개월간 전씨 일가 측에 정보제공 사실 통보를 미뤄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중요 계좌추적의 경우 “증거인멸 등 공정한 사법 절차 진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며 금융권에 ‘통보유예’를 요청한다. 최근 논란이 된 전 정권 인사들도 6개월이 지나 본인의 계좌조회 사실을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찰은 통보유예가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하는 편이다. 금융권이 주요 고객이라는 이유로 영장 집행 사실을 흘려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보안을 유지하며 계좌추적만 하던 상황이었는데, 계좌주가 갑자기 변호인을 선임해 내사종결 여부를 물어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