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해외 출장 마일리지 이제 정부가 통합 관리한다

입력 2016-01-18 22:02
“미국에 공짜로 다녀올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쌓였는데 이제는 사용하지 못해요.”

국제 업무로 출장이 잦았던 한 공무원은 이렇게 털어놓으며 아쉬워했다. 공무상 발생한 마일리지를 다음 출장 때 사용해야 하는데, 부서가 바뀌면서 기회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외교통상부 등 해외출장이 잦은 부처의 공무원들은 1년에도 수만 마일씩 마일리지를 적립한다. 과거에는 공무원들이 이렇게 쌓은 마일리지로 가족 여행을 가기도 했다.

앞으로는 이런 사례가 사라진다. 중앙부처의 모든 공무원이 공무 출장으로 적립한 항공 마일리지를 한데 모아쓰기로 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18일 각 부처에 통보한 ‘2016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서 공무원들이 해외출장으로 적립한 항공 마일리지를 통합 관리한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해외출장으로 발생한 항공 마일리지를 일괄적으로 모아 정부 차원의 ‘항공권 구매권한'으로 바꾼 뒤 부처별로 해외출장 실적에 따라 배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각 부처는 이 마일리지를 먼저 쓰고 부족할 경우 항공권을 구매해야 한다.

이전에는 공무 출장이라도 항공 마일리지는 개인별로 적립해 썼다. 적립한 마일리지로 가족여행을 가는 일도 그래서 가능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나빠지자 2006년부터는 사적인 사용이 금지됐다. 대신 공무 출장으로 마일리지가 쌓이면 다음 출장 때 항공권을 구입하거나 좌석 등급을 올리는 데 쓸 수 있었다.

마일리지는 당사자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업무가 바뀌어 해외 출장이 드물어지면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었다. 또 공무원 개인별로 적립한 마일리지는 항공권을 구매하기에도 애매한 경우가 많았다. 공무원 한 사람이 보유한 마일리지는 2014년 3월 기준 평균 약 1만 마일이다. 일본이나 중국행 항공권 구매에 필요한 3만 마일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병석(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무원들이 공무로 쌓은 마일리지가 총 6억8868만9677마일, 약 137억7379만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마일리지 통합 관리로 그만큼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됐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