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수 배웠다 배운만큼 큰다… 정현, 아름다운 도전

입력 2016-01-18 21:40
정현이 18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의 로드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 남자 단식 1회전에서 온 힘을 다해 백핸드로 공을 때리고 있다. 세계랭킹 52위 정현은 1위 노박 조코비치에게 0대 3으로 완패했지만 약점인 서브만 보강하면 언제든지 정상권으로 치고 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로이터연합뉴스

‘한국 남자테니스의 희망’ 정현(20·삼성증권)이 아름다운 도전을 마쳤다. 평소 자신의 롤 모델이던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29·세르비아)와의 생애 첫 맞대결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자양분이 됐다.

◇최선 다한 정현 ‘아름다운 패배’=세계랭킹 52위 정현은 18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의 로드레이버 아레나에서 벌어진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 남자 단식 1회전에서 조코비치와 맞붙었지만 1시간55분 만에 0대 3(3-6 2-6 4-6)으로 패했다. 그러나 조코비치에 비해 실수가 조금 더 많았을 뿐 랠리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약점인 서브만 보강하면 언제든지 정상권으로 치고 갈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정현은 1세트 초반 게임스코어 2-2로 맞서며 팽팽한 긴장감을 연출했다. 특히 2-3으로 뒤진 상황에서 자신의 서브 게임 때 강력한 리턴으로 조코비치를 꼼짝 못하게 했고, 조코비치는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조코비치의 서브 게임을 따내며 3-4로 추격했지만 노련한 조코비치는 더 이상 허용하지 않았다. 2세트에서 게임 스코어 0-4까지 밀린 정현은 8차례의 듀스 접전에서 잇단 서브 에이스로 첫 게임을 가져왔다.

정현은 1-5에서 더블 폴트로 듀스를 허용했지만 서브로 밀어붙여 2-5까지 추격하는 투지도 보였다.

3세트에서 정현은 두 번째로 상대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며 3-4로 추격했지만 시속 198㎞의 강서브에 밀려 4-6으로 결국 졌다. 다만 정현은 이날 비록 한 세트도 따내지 못했지만 1세트 초반 랠리 횟수 25회 등 스트로크 대결에서 밀리지 않았고 115분간 경기를 끌고 갔다.

1회전 탈락 상금 3만 호주달러(약 2500만원)를 받은 정현은 라두 알보트(27·몰도바)와 조를 이뤄 복식 경기에 나선다.

◇조코비치 “정현, 향후 최고 수준될 것”=정현은 경기를 앞두고 크게 긴장했다. 그는 “메인 코트인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경기를 한다니 무섭기도 했다. 여러 감정이 복합적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시합을 앞두고 아침식사를 할 때는 너무 긴장돼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래도 스무살의 정현에게는 경험을 쌓는 기회였다. 정현은 “세계랭킹 1위이자 나의 우상인 조코비치와 대결해서 매우 영광이었고 좋은 경험이 됐다”고 했다. 또 “조코비치는 쉬운 공을 절대 놓치지 않았다. 움직임은 빨랐고 공은 묵직했다”면서 “모든 게 배울만 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됐다”고 전했다.

조코비치도 정현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정현은 향후 최고 수준이 될만한 잠재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 중 한명”이라며 “그의 잠재력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또 “베이스라인 플레이가 매우 훌륭하고 빈틈이 없었다”면서 “특히 백핸드가 좋았다. 좌우측에서 모두 매우 강하고 낮은 동시에 빈틈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조코비치도 2005년 호주오픈에 처음 출전할 당시 세계 4위였던 마라트 사핀(36·러시아)을 맞아 0대 3(0-6 2-6 1-6)으로 완패한 바 있다.

메이저 대회에서 두 차례나 16강에 올랐던 한국 테니스의 전설 이형택(40) 이형택 테니스아카데미 원장은 “일단 조코비치와 한 번 붙어봤다는 사실을 통해 자신감이 많이 올라갈 것”이라며 “앞으로 다른 세계 정상급 선수를 만나더라도 두렵거나 위축되는 부분이 확실히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