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국민의당, 어느 쪽으로도 안 기우는데… 알쏭달쏭 ‘호남 민심’ 어느 당에 ‘마음’ 줄까

입력 2016-01-19 04:13

야권의 심장부인 호남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어느 한쪽으로 지지를 몰아주지 않고 있다. 탈당 행렬로 지지율이 추락하던 더민주는 최근 반등세로 돌아선 반면 국민의당은 ‘컨벤션 효과’가 사라지면서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총선을 앞둔 양측의 경쟁은 공천 경쟁과 야권 재편 등을 두고 몇 차례 변곡점을 거친 뒤 최종 승부가 날 전망이다.

◇알쏭달쏭 호남 민심=최근 한국갤럽, 리얼미터 등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지지율이 오차 범위 내에서 경합하고 있다. 호남에서도 양측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호남발 ‘엑소더스’에 시달리던 더민주는 일단 탈당 흐름에 제동을 걸었다. 더민주 전북 의원들은 18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당을 지키겠다”고 잔류를 선언했다. 전날 광주에서는 이용섭 전 의원이 복당했다. 박지원 의원을 필두로 전남 의원들이 조만간 동반 탈당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단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권노갑 상임고문 등 원로와 현역 의원들이 릴레이 탈당할 당시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셈이다.

여기에다 호남에서 비토 여론이 높은 문재인 대표가 사퇴할 경우 민심이 더민주로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의원은 “호남에서는 더민주가 6대 4 정도로 국민의당에 뒤지고 있었는데, 이 전 의원의 복당과 전북 의원들의 잔류 선언, 문 대표의 사퇴 의사 덕분에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고 했다.

반면 호남에서 기세를 올리던 국민의당은 최근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의 ‘이승만 국부론’ 발언과 영입인사의 전력 논란 등으로 적잖게 지지율이 떨어졌다. 특히 ‘이승만 국부론’은 호남 민심의 ‘역린’을 건드렸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공천 등 복잡 함수, 투표는 한쪽으로 쏠리나=호남은 야권이 난립할 경우 정권교체 가능성이 있는 정당에 표를 몰아주는 ‘전략적 투표’를 해왔다. 민심은 설 연휴와 공천이 완료되는 시점을 전후로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1988년 총선 이후 호남은 한번도 표심을 나눠 준 적이 없다”며 “첫째는 공천 문제, 둘째는 당의 정치적 비전 문제, 셋째는 문 대표와 안 의원 중 누가 전국적 영향력이 더 우위에 서느냐를 보고 호남이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호남의 ‘문재인 비토론’과 호남 현역의원에 대한 ‘물갈이론’ 중 어느 쪽에 힘이 쏠릴지 관심사다. 더민주는 ‘물갈이론’을 내세우면서 호남 출신 외부 인사들을 적극 영입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당은 더민주의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를 거론하며 ‘문재인 불가론’에 불을 붙이는 모양새다.

호남의 ‘제3세력’과 야권 재편도 중요 변수다. 더민주의 한 관계자는 “호남에서는 더민주, 국민의당뿐 아니라 다른 군소정당 등이 경합하는 3자 구도가 될 수도 있다”며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중도를 겨냥하면서 새누리당 표에 구애할 경우 호남 민심이 멀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천정배 의원이 이끄는 국민회의가 더민주와 통합할 경우 선거 구도가 요동칠 수 있다.

국민의당이 원내교섭 단체로 어떤 역할을 할지도 지켜봐야 한다. 더민주의 호남 출신 한 당직자는 “국민의당이 원내에서 제3당으로서 일정한 역할을 할 경우 호남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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