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같은 민족? ‘성가신 남’이 된 북한… ‘敵’이란 응답 10년새 15%→41%로

입력 2016-01-18 21:50

올해 서른을 맞은 여성 직장인 A씨에게 북한은 ‘같은 민족’이라기보다 ‘성가신 남’에 가깝다. 대학생 시절이던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TV로 지켜본 게 영향을 미쳤다. 당시 그녀의 남동생은 군복무 중이어서 ‘또다시 도발이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한동안 시달려야 했다. 또래 친구들 중에는 ‘북한은 적’이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통계 분석으로도 입증됐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 연구팀이 통일부에 제출한 ‘통일 인식에 대한 세대 격차의 원인 분석과 갈등 해소를 위한 국민통합 방안’ 보고서를 보면 2010년 북한의 천안함·연평도 도발을 기점으로 북한을 ‘적’ 또는 ‘남’으로 보는 인식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남북관계가 비교적 원활했던 2005년 ‘북한은 적’이라는 인식은 15.3%에 불과했다. 그러나 5년 후인 2010년에는 31.9%로 급증한 데 이어 지난해엔 41.0%까지 치솟았다. ‘북한은 남’이라는 응답도 마찬가지였다. 2005년 18.4%에서 2010년 29.8%를 기록한 뒤 지난해 31.9%로 소폭 증가했다.

북한 주민과의 민족적 동질성을 보여주는 지표들은 지난 10년간 전부 감소했다. ‘우리’라는 응답은 45.5%→30.9%, ‘형제’는 52.1%→42.5%, ‘이웃’은 48.7%→35.4%였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등으로 마련된 화해 분위기가 2010년을 기점으로 깨지면서 민족의식도 함께 옅어졌음을 의미한다.

특히 젊은이들의 대북 인식이 다른 세대보다 훨씬 경직돼 있고 배타적이었다. 젊을수록 북한에 우호적이고 나이가 많을수록 적대적이라는 통념이 완전히 깨진 셈이다. 20, 30대 사이에서 북한을 ‘적’ 또는 ‘남’으로 보는 비율은 50, 60대와 거의 같은 수준이었다. 20대만 놓고 보면 50, 60대보다도 높았다. 50, 60대는 북한을 같은 민족으로 보는 인식이 여전히 높았지만 20, 30대는 그마저도 저조했다. 50, 60대 사이에서 북한을 ‘적이면서도 한 민족’으로 보는 ‘양면성’이 나타나는 반면 젊은이들은 적대 의식이 훨씬 뚜렷했다.

20, 30대나 50, 60대와 달리 40대의 대북 인식은 비교적 우호적이었다. 40대는 북한을 ‘우리’라고 보는 응답률이 가장 높았고 반대로 ‘적’이라는 응답은 가장 낮았다. 보고서는 “통일 인식의 세대차는 단순히 세대 간 이념 차이를 반영하는 게 아니다”면서 “통일이라는 가치·목표·정책을 바라보는 인식의 근본적 차이가 드러난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