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쿡] ‘로또 십일조’, 하나님은 기뻐하실까요

입력 2016-01-18 21:08
크리스천 부부 존 로빈슨(왼쪽)과 리사 로빈슨(가운데)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NBC 투데이쇼에 출연했다. NBC 캡처

얼마 전 총 당첨금이 2조원까지 치솟은 미국판 로또 ‘파워볼’ 광풍이 불었습니다. 당시 미국의 유명 목사들은 “복권은 성경적이지 않다”며 크리스천에게 복권을 사지 말 것을 권면했죠. 그런데 파워볼 1등 당첨자 3명 중 1명이 크리스천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첨자 부부는 십일조 헌금을 약속했는데요. 기독교 가치관에 어긋나지만 얻은 돈 일부를 하나님께 드리겠다고 결단한 이 크리스천 부부를 과연 어떻게 봐야하는 걸까요.

미국 테네시주의 먼퍼드에 사는 존 로빈슨과 부인 리사 로빈슨은 파워볼 당첨자 3명 중 유일하게 신분을 드러냈습니다. 부부는 당첨 후 출연한 한 방송에서 크리스천이라고 밝힙니다. 부부는 “철저히 교회에 십일조를 내고 있다”며 당첨금 일부를 교회와 지역 어린이 병원에 내놓겠다고 했습니다.

부부는 파워볼 당첨금 16억 달러(약 1조9000억원)의 3분의 1인 5억2800만 달러를 받는다고 합니다. 우리 돈으로 약 6500억원. 큰돈입니다. 세금을 제하고도 수천억원입니다.

부부가 섬기는 교회가 어딘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벌써 교회 재정 관리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교회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 사역단체 ‘처치헬스’는 당첨금을 받게 될 교회 목사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홈페이지에 띄웠습니다. 단체는 “제대로 된 계획이 서기 전까지 당첨금 십일조를 받지 말라”며 “일확천금이 교회에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복권을 사는 것 자체가 기독교적 가치에 어긋난다는 점도 꺼림칙하게 남습니다. 미국의 존 파이퍼 목사는 파워볼 당첨자가 나오기 전 “크리스천이 파워볼 열풍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파이퍼 목사는 “당첨자는 많은 이들의 손실로 돈을 딸 수밖에 없다”며 “이 점도 기독교 가치에 어긋난다”고 지적했죠.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모든 사람이 복권에 당첨되면 무엇을 할까를 생각한다. 그러나 돈은 결코 사람의 영혼을 구하지 못한다”며 복권을 사기보단 영혼 구원에 힘쓰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하지 못한 돈벼락을 맞은 뒤 이중 일부를 떼어 헌금하고, 지역사회에 베풀겠다는 크리스천 부부의 선한 뜻을 비판만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실제로 크리스천 커뮤니티에서는 “이웃과 나눔을 실천하는 것은 비판 받을 일이 아니다”며 “당첨된 다음 십일조 하겠다는 마음 자체가 예쁘다”는 두둔의 글도 적지 않습니다.

성경적이지 않은 복권에 당첨됐지만 십일조를 하겠다는 이 부부를 하나님은 기뻐하실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