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애치고 작고 연약했어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보이지 않더라고요.”
토막 시신으로 발견된 초등생 A군(2012년 장기결석 시작 당시 7세)을 기억하는 주민은 많지 않았다. A군이 숨진 뒤 인천으로 이사하기 전까지 가족은 4년여 동안 경기도 부천 원미구 일대에서 살았다. 주변과 교류는 많지 않았다. 그렇다고 큰 문제가 있던 것도 아니었다.
평범했던 가정은 아이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증세를 보이면서 갈등이 생겼다. 부모는 아이를 돌보는 데 미숙했다. 말을 안 듣는다고 때리고 방치해 결국 숨지게 한 아버지는 “나도 어려서 맞고 자랐는데 한 번도 병원에 가본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아들 손잡고 반찬 사가던 엄마가…
겉으론 단란한 가정이었다. 2011년 반찬가게를 하며 A군 어머니 C씨(34)를 가끔 마주쳤다는 부천의 한 주민은 18일 “1주일에 두세 번 장조림 같은 반찬을 사갔다. 아들 손을 잡고 올 때도 있었는데, 아이는 말이 없었다”고 기억했다. A군이 친구나 다른 사람과 밖에 있는 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이면 학부모끼리 친해지는 법인데, A군의 어머니가 주변과 어울린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A군 가족과 같은 빌라에 살았다는 주민은 C씨가 가끔 다른 주민들과 싸웠다고 했다. 그는 “빌라 관리비를 걷기 위해 몇 번 찾아갔다. 항상 말투가 까칠했고, 관리비를 어디에 쓰느냐고 신경질적으로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남편 B씨 역시 말수가 적고 교류가 없었다. 주민들은 모두 이런 일을 저지를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 가족은 A군이 ADHD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면서 조금씩 금이 간 것으로 보인다. A군의 학교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잘못을 타이르는 교사에게 ‘뭔 상관이냐’고 반응했고, 화장실 문을 발로 차기도 했다. 담임교사가 작성한 학생실태조사에는 ‘분노 조절이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A군이 다니던 부천 S초등학교에 따르면 담임교사가 A군의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려 어머니 C씨에게 전화했을 때 아버지 B씨가 옆에서 큰 소리로 욕설을 했다. 이 일로 담임교사는 이들을 대하는 걸 두려워했고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교장은 “당시 담임교사가 A군 어머니 때문에 심신이 피곤해 근무하기 힘들다며 한 학기 휴직했다”고 전했다.
A군이 학교에 실제 출석한 기간은 두 달이 채 안 된다. 하지만 당시 근무했던 교직원들은 A군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2012년 3월 A군의 학교폭력 문제가 불거졌을 때 C씨가 피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끝내 사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상적 자녀관이 형성되지 않은 부모”
부천 원미경찰서는 아버지 B씨가 과거 학대받은 적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B씨는 자신도 초등생 때부터 어머니에게 체벌을 많이 받았고, 그 과정에서 다친 적도 있는데 병원에 간 적은 없다고 했다. 그래서 A군이 욕실에서 넘어져 다쳤는데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고 숨지리라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들을 투입해 심리 상태를 분석한 결과 부모가 ‘방치’ ‘방임’ 등의 성장기를 거쳤다고 파악했다. 이로 인해 심리적으로, 사회적으로 매우 고립된 삶을 살아왔다고 한다. B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홀어머니 아래에서 ‘경제적 가장’의 역할을 과도하게 요구받으며 자란 것으로 분석됐다. C씨는 부모의 무관심 속에 사실상 방임 상태에서 성장했다.
경찰은 “부모 모두 정상적 자녀관이 형성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A군이 ADHD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체벌과 제재만이 적절한 훈육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A군 부모의 범행을 사이코패스 성향보다 극단적인 이기적 성향, 미숙한 자녀양육 형태, 경제적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했다. B씨는 이날 오후 3시쯤 진술녹화 조사 중 발작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경찰, 부모에 ‘부작위 살인’ 혐의 검토
경찰은 A군 부모에게 부작위(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에 의한 살인죄 적용을 검토 중이다. B씨 주장대로 욕실로 끌고 가는 과정에서 A군이 넘어져 다쳤다 해도 부모가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죽음에 이르렀으며, ‘죽어도 어쩔 수 없지’ 하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다.
법원은 직권으로 A군의 여동생(10)에 대한 피해아동보호명령 사건을 개시했다. 부모의 친권 행사를 모두 정지하고, 인천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관장을 임시 후견인으로 지정했다. 부천시는 A군 거주 지역을 담당하는 주민자치센터가 교육 당국의 거주 확인 요청에 제대로 답하지 않은 의혹에 대해 감사를 벌이고 있다.
부천=심희정 신훈 정창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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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1-18 17:48 수정 2016-01-19 0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