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주자 도널드 트럼프(사진)의 기세가 여전히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최근 경쟁자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경선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도 ‘콘크리트 지지층’을 자랑하며 굳건히 선두를 지키고 있다. 미국 전문가들조차 “기존 주류 정치 이론으로는 쉽게 이해 못할 현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 좀체 흔들리지 않는 트럼프의 지지율에 대해 색다른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17일(현지시간) 정치 컨설턴트 매튜 맥윌리엄스의 기고글에서 트럼프 지지층을 분석한 결과 ‘권위주의’ 성향이 아주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달 27일부터 5일간 미 전역 1800명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나왔다. 이 조사에서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 투표 참가 자격을 가진 ‘권위주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43%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투표 참가 자격과 상관없이 전체 공화당 권위주의 성향 유권자 층에서도 37%의 높은 지지율이 나왔다. 반면 기존 주요 성향 분석 지표인 교육 수준, 소득, 나이, 성별, 이념 등의 분류에서는 트럼프 지지세가 두드러지지 못했다.
마크 헤더링턴 밴더빌트대 교수는 권위주의 성향 유권자들은 강한 지도자에게 복종하길 좋아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방인들에 대해 공격적이며 위협을 느낄 때 이런 경향이 더 심해진다는 것이다.
권위주의 성향 유권자들은 2000년대 초까지 민주, 공화 양당에 고루 분포했다. 그러나 민주당 쪽에 있던 권위주의 성향 지지자들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뒤 공화당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소수파 흑인 출신이고, 권위주의와는 거리가 멀어 권위주의 성향 민주당 지지자들이 대체재를 찾아 공화당 쪽으로 건너갔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트럼프는 본선전에 나가도 경쟁력이 있을 전망이다. 이번 조사에서 무당파 권위주의 성향 유권자 39%가 트럼프의 공약에 긍정적으로 반응했기 때문이다. 미 전체 유권자 중 무당파는 40%에 이른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트럼프, 권위주의자 덕에 일내나
입력 2016-01-18 20:21 수정 2016-01-18 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