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오지서 40여 년간 의료봉사 해온 호주인 의사 피랍… “엄마 같은 이 부부를 석방해 주세요”

입력 2016-01-18 21:29
부르키나파소에서 지난 16일 납치된 호주 의사 케네스 엘리엇(오른쪽)과 아내 조셀린. 이들의 납치 소식에 전 세계에서 석방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뉴스나이지리아

아프리카 오지에서 40년 넘게 의료봉사에 헌신해 온 호주인 80대 의사 부부가 이슬람 무장세력으로 추정되는 괴한에 납치돼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사우스모닝해럴드(SMH) 등 호주 언론들은 호주 출신의 의사 케네스 엘리엇(81)과 그의 아내 조셀린 부부가 부르키나파소 수도 와가두구 북부 지보 인근에서 납치됐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엘리엇 부부는 와가두구에서 인질극이 발생한 직후인 16일 새벽 지보의 자택에서 알카에다 연계 극단주의 무장단체에 납치됐으며 말리 국경 방면으로 끌려갔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엘리엇 부부의 세 자녀는 성명을 통해 “1972년 이후 휴일 며칠을 빼고는 계속 그 지역에 머물러 온 데서 지역 주민에 대한 부모님의 헌신을 알 수 있다”며 아직 부부의 행방과 피랍 이유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호주 외교부는 지보의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조해 이들 부부를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18일 언론에 밝혔다.

엘리엇 부부는 말리와 접경지역인 지보에서 1972년 의료봉사를 시작했다. 43년간 손수 벽돌을 쌓고 침상을 놓으며 병원을 건립해 120병상 규모로 최근까지 운영해 왔다. SMH는 엘리엇 박사가 지역 내 200만명에 달하는 주민들의 유일한 외과의사였다며 모두 그의 석방을 간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부부의 이웃이자 친구인 세이두 디코는 호주 ‘뉴스9’ 인터뷰에서 “지보 주민들은 엘리엇 부부가 없는 삶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우리는 공동체 일원으로 그들을 사랑한다”고 안타까워했다. 페이스북에는 ‘지보는 의사 켄 엘리엇을 지지한다’는 페이지가 개설돼 석방운동도 전개됐다. 지역 주민들은 “엄마를 필요로 하는 아이처럼 우리는 그를 필요로 한다”거나 “최고의 인간애를 보여주었다”는 글을 올리며 석방에 대한 간절한 희망을 드러냈다.

말리 무장세력인 안사르 디네는 AFP통신을 통해 극단주의 무장단체 ‘사하라 에미리트’ 소속 지하디스트들이 엘리엇 부부를 말리에 잡아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하라 에미리트는 알카에다 북아프리카지부(AQIM)의 분파로 말리 북부에서 활동하고 있다. 엘리엇 박사는 일주일에 6일, 보통 하루에 5∼6시간씩 한 달에 최대 150여회에 달하는 수술을 집도하며 열정적인 의료봉사를 계속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이후 고령과 체력적 한계로 인해 은퇴를 염두에 두고 후임자를 물색해 왔으나 여의치 않아 직접 운영을 계속해 왔다고 호주 언론들은 전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