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큐프라임 ‘녹색동물’ 3부작… 식물도 동물처럼 싸우고 사랑한다

입력 2016-01-20 04:09
세상에서 가장 큰 꽃 ‘타이탄아룸’이 짝짓기를 위해 썩은 시체 냄새를 풍기며 꽃을 피운 모습. 18일 방송된 EBS 다큐 프라임 ‘녹색동물’ 1부 ‘짝짓기’ 편에 나왔다. EBS 제공

식물은 자연에 생을 내맡긴 채 살아가는 정적이고 수동적인 존재인 것일까. 식물의 생에도 사랑, 욕구, 갈등,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존재할까.

이런 의문을 풀어주는 자연 다큐멘터리가 EBS에서 방송 중이다. 18∼20일 3부작으로 방송되는 EBS 다큐 프라임 ‘녹색 동물’에서다. 식물이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욕망하고 ‘움직이는 존재’라는 것을 식물의 일대기로 보여주는 다큐다.

1부 ‘짝짓기’에서는 식물의 번식욕을 다뤘다. 세상에서 가장 큰 꽃을 피우는 ‘타이탄아룸’의 번식욕은 특히 흥미롭다. 짝짓기를 도와줄 파리를 유혹하기 위해 향기 대신 썩은 시체 냄새를 풍긴다. 이 냄새를 800m 밖까지 퍼뜨리기 위해 스스로 체온을 올리기도 한다. 7년에 한 차례 48시간 동안 벌어지는 일이다.

2부 ‘번식’은 식물이 수동적인 생물이라는 편견을 깨뜨렸다. ‘국화쥐손이’는 씨앗을 땅으로 떨어뜨려 번식한다. 무작정 떨어뜨리는 게 아니라 비가 와서 흙이 묽어져 씨앗이 파묻히기 좋을 때에 맞춰 씨앗을 떨구는 모습 등이 담겼다.

3부 ‘굶주림’에서는 냄새로 사냥하는 기생식물 ‘실새삼’, 햇빛을 받기 위해 스스로 잎에 구멍을 내는 ‘라피도포라’ 등 식물들의 처절한 생존법을 다채롭게 그린다.

식물의 시간을 따라 화면으로 담는 것은 속도를 낼 수 없는 일이었다. 3편의 다큐를 완성하기까지 2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50여종의 식물의 일생을 담으려고 호주, 말레이시아, 인도, 베네수엘라 등에서도 10여 차례 촬영을 진행했다.

손승우 PD는 “인간이 아닌 식물의 관점에서 보면 식물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때로 그 움직임은 굉장히 빠르다. 식물의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줘 식물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싶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