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연극 팬들 사이에서 최고 기대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렛미인(Let me in)’이다.
신시컴퍼니가 21일부터 2월 2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올리는 ‘렛미인’은 존 티파니 연출로 2013년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에서 처음 선보인 뒤 런던 웨스트엔드와 뉴욕 브로드웨이에서도 공연돼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이번에 국내 연극계에서는 드물게 ‘레플리카 프로덕션’으로 펼쳐진다. 레플리카 프로덕션은 배우를 제외한 원작 프로덕션을 그대로 가져오고 스태프들이 직접 참여하는 공연 형태다. 제작 규모가 큰 뮤지컬계에선 자주 볼 수 있지만 규모가 작은 국내 연극계에서는 그동안 없었다.
스웨덴 작가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의 2004년 동명소설이 원작인 이 작품은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와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소년 오스카, 일라이 옆에서 한평생 헌신한 하칸의 잔인하지만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를 그렸다. 제목 ‘렛미인’은 ‘들어와도 된다고 말해줘’라는 뜻으로, 인간은 물론 뱀파이어조차 소통을 갈구하는 존재라는 것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소설은 2008년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의 영화로 만들어져 호평받으며 수많은 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다. 2010년 영국에서 매트 리브스 감독의 영화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그간 뱀파이어를 다룬 작품은 적지 않게 나왔지만 ‘렛미인’이 특별한 것은 서정적인 로맨스와 핏빛 공포가 치밀하게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뱀파이어와 인간 청소년의 사랑이라는 점에서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렛미인’은 뱀파이어의 육체적 문제보다 존재의 고독감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 공연 연출은 연극 ‘블랙워치’와 뮤지컬 ‘원스’로 토니상, 올리비에상 등을 받은 존 티파니가 직접 맡았다. ‘블랙워치’와 ‘원스’의 경우 우리나라에도 소개돼 찬사를 받았다. 그는 원작 소설에 비해 세 사람의 사랑에 집중해 만들었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 또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아이슬란드 출신 싱어송라이터 올라퍼 아르날즈의 음악이다. 배경음악으로 끊임없이 흐르는 ‘Brim’ ‘Old Skin’ 등 19곡은 시리도록 아름다운 ‘렛미인’의 분위기에 흠뻑 젖어들게 한다.
한국판 ‘렛미인’의 여주인공 일라이 역에는 영화 ‘검은 사제들’로 스타덤에 오른 박소담과 신인배우 이은지가 캐스팅됐다. 오스카 역은 오승훈과 안승균, 하칸 역은 주진모가 소화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올 연극 기대작 ‘렛미인’ 원작 그대로 무대 오른다
입력 2016-01-18 1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