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 여성 총대 15% 시대 열립니다”

입력 2016-01-18 20:40
최소영 감리교여성연대 사무국장(왼쪽 두 번째)이 지난 14일 경기도 성남 선한목자교회에서 회원들과 함께 ‘성별·세대별 할당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14일 기독교대한감리회 제31회 총회 임시입법의회가 열린 경기도 성남 선한목자교회. 감리교여성연대 회원 10여명은 입법의회가 시작되기 전 교회 본당 입구에 두 줄로 서서 조용히 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든 피켓과 현수막에는 이런 문구들이 적혀 있었다. ‘성별 세대별 할당제는 건강한 교회를 만듭니다’ ‘여목사 703명, 여목사 총대 1명’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감리교여성연대는 총회 대표(총대)에 여성과 50대 미만을 각각 15%씩 선출토록 하는 장정개정을 주도했다. 총회는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의 최고 의결 기구다. 감독회장을 뽑는 선거를 비롯해 교단 장정을 심의·개정하는 업무를 처리한다. 여성 총대 비율이 가장 높았던 총회는 2004년 제26회 총회로 전체의 8.8% 수준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이 단체 최소영(50) 사무국장은 “한국교회가 건강해지려면 여성과 젊은층의 목소리가 정책 결정에 반영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감리교회 교인 중 여성 비율은 60% 가까이 됩니다. 하지만 이번 총회만 하더라도 총대 511명 중 여성은 목사 1명, 장로 16명 등 17명밖에 안 됩니다. 고작 3.3% 수준입니다. 남성 총대 수가 압도적이니 여성 총대는 위축이 돼 총회에서 말 한마디 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감리교여성연대의 기대처럼 이날 입법의회에서 개정안은 찬성 207표, 반대 140표를 얻으며 통과됐다. 법안이 가결되자 방청석에 앉아있던 이 단체 회원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이 사무국장은 “여성의 참여를 법적으로 의무화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감리교여성연대는 교단 내에 있는 청년회 여교역자회 목회자부인연합회 등 10개 단체로 구성돼 있다. 2002년 결성됐으며 이 사무국장은 출범 때부터 이 단체에서 활동해왔다. 이 사무국장은 여성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낼 자신이 있는지 묻자 “이미 준비는 다 돼 있다”고 잘라 말했다. “감리교단 여성 목회자가 700명이 넘고 여성 장로는 1000여명이나 됩니다. 여성 총대 ‘15% 비율’을 채울 수 있겠느냐는 우려는 남성들만의 걱정입니다. 앞으로도 교단의 양성평등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나갈 생각입니다.”

성남=글·사진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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