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18일 신년 기자회견은 낯 뜨거울 정도로 내용이 빈약했다. 20대 총선을 불과 3개월 앞둔 회견임에도 관심 끌 만한 선거 대책이나 정책 비전은 거의 없었다. 자신의 평소 주장을 ‘재방송’하거나 청와대 입장을 대변하는 데 급급했다. 이런 알맹이 없는 회견을 뭣하러 했는지 모르겠다.
김 대표는 상향식 공천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데 회견의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이번 총선 공천 과정에서 소수 권력자와 계파의 영향력이 전혀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100% 상향식 공천제 확립은 정치개혁의 완결판이자 우리 정치사의 혁명이라는 말도 했다. 이는 그의 소신이라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당내 친박계의 공천 영향력을 차단하려는 포석이기도 하다. 그러나 상향식 공천제는 최근 안대희 전 대법관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험지출마’ 논란으로 훼손된 측면이 없지 않다.
총선에서 대통령이나 당 대표, 계파 수장의 일방적 지명으로 공천이 이뤄지는 것은 당연히 경계해야 할 일이다. 구시대 정치의 산물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100% 상향식 공천을 하겠다며 외부인사 영입과 전략공천을 차단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모든 선거구에서 상향식 공천을 실시할 경우 젊고 참신한 인재가 공천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랫동안 지역 관리를 해온 현역 국회의원이나 기성 정치인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결국 무능하거나 비도덕적인 국회의원의 대폭 물갈이를 바라는 국민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분당되다시피 한 더불어민주당과 (가칭)국민의당은 지금 외부인사 영입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 국민 심판을 받겠다는 자세다. 양당은 각각 선거대책위원장(김종인)과 창당준비위원장(한상진·윤여준)까지 외부에서 불러다 앉혔다. 새누리당은 어떤가. 김 대표는 회견에서 “상향식 공천제를 확립함에 따라 유망한 정치 신인들이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대거 등록했다”고 말했다. 야당에 비해 등록 예비후보 숫자가 많다는 이유로 이미 참신한 인물들이 당에 다수 들어왔다는 진단이다. 그의 상황인식이 지나치게 안이하면서도 오만해 보인다.
김 대표는 4대 개혁과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국회에서의 조속한 입법을 거듭 촉구했다. 국회선진화법 개정 필요성도 강조했다. 하지만 돌파구가 될 만한 해법을 전혀 제시하지 않아 마치 녹음기를 틀어놓은 듯했다. 일리 있는 주장임에도 울림이 없는 이유다. 김 대표는 야당이 경제민주화를 슬로건으로 내건 데 대한 기자 질문에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대선 공약은 거의 다 지켜졌다”고 말했다. 도대체 뭘 지켰다는 건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답변이다.
[사설] 인재영입 없이 총선 치르겠다는 김무성의 오만
입력 2016-01-18 17:30